"트럼프, 펜스에 바이러스 책임 떠넘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관련 기자회견 소식이 CNN 홈페이지 머릿기사로 올라와 있다. (CNN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미국 주요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6일(현지시간) 기자회견과 관련,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 차르'(코로나19 대응 총괄 책임자)로 지명된 사실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CNN 방송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회견 내용을 방송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전하면서 홈페이지 머릿기사에 "트럼프가 펜스에게 바이러스 대응 책임을 맡겼다(Trump puts Pence in charge of virus response)"란 제목을 달았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도 이날 홈페이지 머릿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회견 소식을 전하면서 일제히 펜스 부통령 관련 내용을 제목에 담았다.

뉴욕타임스(NYT)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트럼프 대통령은 이외에도 이날 회견에서 바이러스 발원국 중국에 대한 여행·입국제한 조치 등을 조기에 실해 자국의 코로나19 위험이 "매우 낮은(very low)" 수준이라며 관계당국의 대응 역시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모든 것에 우린 준비가 돼 있다", "백신 개발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하는가 하면, 최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의회에 제출한 총 25억달러(약 3조원) 상당의 추가경정예산안이 신속히 처리되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이탈리아 등 다른 코로나19 발병 국가들에 대한 여행 또는 입국 제한 조치 시행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엔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면서도 "적절한 때"가 되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변했다.

미 정부는 지난달 31일 코로나19와 관련해 '국가보건비상사태'를 발령하고 '최근 14일 이내 중국에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그러나 현지 언론들이 이 같은 회견 내용 가운데 유독 펜스 부통령 관련 언급을 주요 소식으로 전한 것은 '미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식의 자찬은 기사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트위터 등을 통해서도 이 같은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혀왔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코로나19의 미국 내 지역사회 감염 화산과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우려한 지난 25일에도 "중국을 비롯한 모든 관련 국가들과 연락하고 있다"며 "(코로나19는) 사라질 문제"라고 주장했었다

WP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CDC의 코로나19 경고 뒤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크게 화를 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초청으로 뉴델리를 방문하고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팬데믹 대응 등에 필요한 보건·의료분야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정부 자문기구에서 활동하던 전문가들 또한 해촉해 관련 기능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아온 상황.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코로나19 유행으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등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 방문(24~25일) 뒤 첫 공식 일정으로 코로나19 대응에 관한 기자회견을 연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펜스 부통령이 맡게 된 전염병 담당 '차르'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사실상 폐지됐던 직책이다.

이날 현재까지 미국 전역에선 총 60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됐으며, 사망자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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