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공에서 '망우동 정주영'으로… 코로나19 이기는 '판매왕' 된 영업비결

기아자동차 망우지점 정송주 영업부장. /사진제공=기아자동차

"K5 사러 왔다는 고객에게 그냥 K5 계약서를 내밀면 그 영업직원은 절대 좋은 딜러가 아닙니다."


자동차 딜러는 흔히 '영업의 꽃'으로 불린다. 대당 수천만원 하는 가격 때문에 소비자의 시선이 어느 제품보다 비판적이기 때문이다. 1달에 차를 1대도 팔지 못하는 영업직원이 숱하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분야라도 자신만의 원칙으로 해법을 찾는 고수들은 존재한다. 우리가 '명인'이라고 부르는 이들이다.

정송주 기아자동차 망우지점 영업부장(49·사진)은 대표적인 자동차 판매 명인이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 연속 기아차 판매왕에 올랐다. 지난해에만 566대를 팔았다.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2대씩로 판매한 꼴이다. 1999년 영업 업무를 시작한 이래 지난해까지 누적판매가 6535대에 달한다.

태권도 사범→용접공→판매왕… '망우동 정주영'정 부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태권도 사범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자신의 이름을 단 도장을 꿈꾼 그는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해 1994년 기아차 화성공장에 용접공으로 입사했다.

영업직으로 자리를 옮긴 건 1998년 외환위기 한파가 한창 불어닥칠 때였다. 태권도장 운영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고 생각한 정 부장은 사람을 만나는 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영업직으로 전직했다.


결과는 기대와 달리 처참했다. 생전 처음 하는 영업이 쉬울 리가 없었다. 첫 3개월 동안 단 1대도 팔지 못했다. 좌절할 법했지만 그는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1달에 구두 1켤레 굽이 다 달도록 뛰어다니자 조금씩 성과가 나타났다.

정 부장은 "진정한 영업은 물건을 팔기 전에 '내가 정말 괜찮은 사람입니다' 하고 나를 먼저 팔아야 한다는 것을 그 때 깨달았다"며 "밤낮으로 동네를 누비면서 주민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그게 쌓이고 쌓이니까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이름'도 바꿨다. 누구에게나 강한 인상을 줘 기억하기 쉽게 하자는 생각에 명함에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이름을 팠다. "불가능하다고? 이봐, 해보기나 해봤어?"라는 정 회장의 철학도 본받고 싶었다. 2003년 명함에 '정주영'이라는 이름을 새겼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별명은 줄곧 '망우동 정주영'이다.

기아자동차 망우지점 정송주 영업부장. /사진제공=기아자동차

15년 판매왕의 영업비결… ‘한결같음’정 부장이 15년 연속 판매왕에 오른 영업비결에 대해 "한결같음"이라고 말했다.

모든 고객을 항상 같은 마음가짐으로 대한다는 것. 정 부장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똑같은 답을 줄 수 있어야 좋은 딜러"며 "상황에 맞춰 임기응변으로 변칙적으로 대응하면 결국 금세 한계에 도달한다"고 설명했다.

고객 만족을 위한 '잔소리'도 그가 내세우는 영업비결이다. 차를 사려는 고객은 일반적으로 사전에 많은 정보를 접하고 영업점을 방문한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영업을 해온 영업직원의 정보량을 이기긴 어렵다.

정 부장은 "고객들이 인터넷 등에서 많은 정보를 살피고 오지만 막상 본인의 주행여건이나 라이프사이클에 맞지 않는 차종과 옵션을 구매하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때는 고객에게 솔직히 설명해 바로잡는 것이 딜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기는 ‘정성’… 고객에 편지 月6000통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사태로 최근 차 판매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 부장은 고객들에게 직접 편지를 써 보내면서 상황을 돌파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달에 보낸 편지만 6000통에 달한다.

정 부장은 "이달의 신차 정보와 조건에 인사말을 동봉해 보낸다"며 "차를 더 팔겠다는 마음보다는 고객 안부를 묻는다는 마음가짐으로 꾸준히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장의 올해 목표는 고객만족이다. 정 부장은 "지금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고객을 더 만족 시킬 수 있을까"라며 "고객 만족을 높이면 판매대수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