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이면 나온다던 코로나 검사 결과, '40시간' 걸렸다

대구·경북지역에 다수의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 19일 서구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를 찾은 의심 환자들이 검사를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동네병원에서 폐렴 판정을 받은 A씨(32)는 치료를 받은 후에도 차도가 없자 서울 강동구의 한 대형병원을 찾았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단 검사 결과가 6시간이면 나온다는 정부의 말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지만, 검사 결과는 40시간 후에야 나왔다. A씨는 그 시간 동안 입원실에 격리돼있었다.

코로나19 의심환자와 유증상자가 늘어나면서 코로나19 진단 검사 병목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6시간이면 나온다고 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24시간이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확진 환자가 폭증하고 있는 대구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검체 채취 1명당 30분 걸려27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현재 일일 가능 코로나19 검사량은 1만건이다. 코로나19 검체 채취가 가능한 곳은 500곳이고, 검체를 채취·분석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101곳이다. 101곳을 제외한 나머지 399곳은 채취한 검체를 보건환경연구원이나 수탁기관에 보내야 한다.

경기도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검체를 보내고 결과를 받다보니 6시간 이상 걸릴 때가 있다"며 "특히 주말에는 하루씩 검사결과가 밀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의심환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는데 검체를 채취하는 시간이 한 사람당 30분씩 걸리는 것도 문제다. 원칙적으로 환자 한명의 검체를 채취한 후에는 의료진은 보호복을 갈아입고, 검체 채취한 장소를 소독해야 한다. 그 다음 검사 대상자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이렇다보니 검체 채취 과정에서 병목현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검체를 채취한 이후에는 해당 장소를 소독해야하고, 검사를 받은 환자는 해당 병원에 격리입원해 검사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며 "가뜩이나 격리병실이 부족한 상황에서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환자 폭증' 대구, 검사 병목현상 심각특히 환자가 폭증하고 있는 대구·경북의 경우 코로나19 검사 속도가 검사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현재 대구에서 대기 진행 중인 검사 건수는 879건"이라며 "대구에서만 하루에 900~1000건 정도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이미 대구 신천지 교회 신도 9334명 중 유증상자 1299명에 대한 검체 채취를 완료했지만, 검사결과가 집계되기까지는 2~3일이 걸릴 예정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총괄조정관은 "검체 채취 역량을 키우기 위해 선별진료소를 확충하고, 그외 필요한 공중보건의사를 계속 투입하겠다"며 "검체 채취 역량이 확대되면 필요한 물량 소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대본은 현재 검체 채취에 필요한 의료인을 모집하고 있다. 지난 26일 오전 9시까지 의사 11명, 간호사 100명, 간호조무사 32명, 임상병리사 22명, 행정직 등 40명 총 205명이 지원했다. 중대본은 앞서 지난 20일 공중보건의사 24명, 지난 22일 공중보건의사 51명과 간호사 10명을 투입하기도 했다.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26일 세종시 조치원읍 세종시보건소에 설치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검체를 차량에 탑승한 시민에게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세종시보건소는 차량에 탑승한 채 검사하는 방식을 도입, 검사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2020.2.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드라이브 스루 방식 도입하는 보건소들지자체 보건소들도 검사 병목현상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묘안을 내놨다. 고양시, 세종시, 영남대병원은 지난 26일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센터를 도입했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주문을 하고, 커피, 햄버거 등을 받아가듯 환자들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검체를 채취한다. 이후 환자들은 집으로 가서 자가격리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린다.

검체 채취 장소를 소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한명당 검체 채취 시간은 10분 내외로 줄어든다. 환자가 차를 타고 그대로 집을 가기 때문에 입원실을 사용할 일도 없다. 영남대병원, 인천시도 다음 주부터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