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천재지변 아냐"…위약금 1000만원 내라는 웨딩홀

#다음달 중순 서울 신도림에 위치한 한 호텔의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던 A씨(33). 그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자 식을 연기해달라고 호텔에 요청했다. 하지만 호텔측으로부터 '단순 변심'이라며 35% 위약금 600만원을 지불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결혼식을 연기해달라는 예비부부들에게 호텔측이 천재지변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위약금을 내라'고 요구하면서다. 하지만 예비부부들은 '심각단계인 코로나19'가 '천재지변'이라며 호텔을 상대로 민사 소송 등 법적 절차를 준비하고 나섰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신도림의 이 호텔은 올해 3·4월에 결혼식이 예정돼있던 부부들이 위약금 없이 예식을 연기해달라고 요구하자 "호텔이 국가의 중요사항 발생으로 폐쇄, 건물의 붕괴로 예식을 못하는 상황이 아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호텔 "코로나19 천재지변 아냐"…예비부부 "집단감염 발생하면 감당할 수 있나"

신도림의 한 호텔 웨딩홀의 이용약관/사진=독자 제공

이에 예비부부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계약서에 "천재지변, 국가의 중요사항 발생, 정부의 시책 변경 등의 사유로인해 계약조건을 이행하지 못하게 될 때에는 사업자 및 고객은 책임을 면제 받게 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어서다.


A씨는 "정부에서 위기 단계를 '심각'까지 격상했는데 이게 천재지변이 아니면 무엇이냐"며 "식장에서 집단 감염이라도 발생하면 호텔이 감당할 수 있느냐"고 토로했다.

하지만 호텔측은 코로나19를 천재지변으로 보지 않는다. 천재지변에 해당하면 불가피한 사유로 계약 취소를 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르면 자연재난이 아닌 사회재난에 해당한다.

호텔은 A씨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천재지변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자연재난이 아닌 사회재난에 해당한다"며 "지진·홍수·태풍 등이 천재지변"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천재지변에 해당하지 않다 보니, 예비부부들은 위약금 배상 문제를 두고 다툼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이에 예비부부 50여명은 단체카톡방을 만들고 민사 소송 등 법적 절차를 준비중이다. 호텔이 부부들의 전화도 받질 않자 조만간 단체로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또 다른 예비부부인 B씨(34)는 "이미 계약금을 200만원 낸 상태인데 21일 총 예식비용의 50%인 1000만원을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는 호텔 답변을 받았다"며 "호텔은 식의 연기는 없고 무조건 취소후 다시 예약을 해야한다는 완강한 태도를 보여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호텔측은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호텔 사업장에서도 같은 기준으로 법에 따라 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아직 명확한 대책 없어..공정위 "관련부처와 논의"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이 17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관련, 온라인 마스크 유통 과정에서의 법위반행위 집중 점검'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정위는 온라인 유통과정에서 마스크 재고가 있음에도 가격 인상 등 부당이득을 취하기 위해 소비자의 주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등의 기만행위를 중점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간 점검결과로는 3개 판매업체가 위 사례로 적발됐으며 이 중 A업체는 G마켓에서 11만 9450개의 마스크 주문을 취소한 뒤 가격을 인상해 다른 소비자에게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2020.2.1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현재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르면 결혼식과 같은 예식·외식 서비스업 분쟁에 대해서는 전염병 관련 기준이 없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과거 감염병으로 인한 결혼식 취소 피해 사례가 없어 현재 이와 관련된 소비자 분쟁 기준이 마련되지 못했다"며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피해구제신청이나 조정신청의 단계를 밟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도 "현재 조항만으로는 약관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관련 부처, 업계, 소비자 단체 등과 함께 특수 상황시 고통 분담 원칙과 기준을 정하는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