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집회금지 불가피" vs 범투본 "클럽도 정상영업"

서울시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광화문광장 집회를 금지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범투본,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가 "클럽도 정상운영한다"며 이번 주말 도심 예배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경찰 측은 코로나19 감염 사태를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며 예배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맞섰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범투본이 도심 예배 금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지 결정하기 위해 28일 심문기일을 열었다. 신청 상대방은 광화문 집회를 통제하는 서울 종로경찰서다.

앞서 범투본은 삼일절이 겹친 이번 주말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5000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크고,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폭력을 휘두른 적이 있다는 이유로 집회금지를 통보했다. 그러자 법원에 집회금지 통보를 무효화해달라고 신청을 낸 것이다.

법정에서 범투본 측은 경찰 우려처럼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은 없으며, 광화문 광장과 청와대 인근에서 소규모로 야외 예배를 보게 해달라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범투본 측 법률대리인은 "매주 토요일과 삼일절 전국에서 다 모이는 대규모 집회를 금지한다는 통보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판부에서 지난 주말 집회는 정상적으로 열렸는지 묻자 범투본 측은 "집행부에서 (참가자들에게) 마스크를 전부 나눠줬고 참가자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집회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터넷 동영상으로 다 올라와 있다"며 소규모 예배로 진행될 예정이라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높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경찰 측에서는 "범투본에서 취소했다고 하는 집회는 2월29일 예정된 '전국 삼일절 국민대회'이고, 3월1일 예정된 집회는 예정대로 강행한다는 입장 아니냐"며 "집회철회서를 접수해달라고 권유했는데 제출되지도 않은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중대 기로에 선 상황에서 국민이 정부와 합심해 위기를 넘기기 위한 한시적인 조치"라며 "다른 단체들도 광화문 광장 집회를 자율적으로 취소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날 경찰은 코로나19가 야외에서 전파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입증하겠다며 전문의를 법정에 데려왔다. 이 전문의는 "야외에서 기침하거나 신체 접촉하면 감염 위험성이 매우 높다"며 "소규모로 모여도 위험성이 명백하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범투본 측 대리인이 "(위험성이) 없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참가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인근에서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감염될 위험성이 높지 않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범투본 측은 "클럽이나 이런 곳도 폐쇄하지 않고 정상 운영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참여 의사를 밝힌 이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미리 안내하고, 현장에서 마스크를 챙겨주고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재판부는 "(집회금지가) 종교와 집회의 자유를 금지하는 것은 맞다"며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기본권을 제한함으로써 발생할 공익과 기본권 중 무엇이 더 큰지 심도있게 심리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끝으로 심리를 마쳤다. 결론은 이르면 이날 저녁 중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