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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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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02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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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 환자 수가 3월 중 최대 1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미국 투자은행 JP모간의 우울한 전망이 현실이 되는 듯합니다. 코로나19는 단순한 전염병이 아니고 팬데믹(pandemic)입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경제적 파장도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에 못지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진영싸움만 합니다. 중국인 입국 금지를 둘러싸고,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을 놓고, 주말 광화문 집회를 놓고도 보수와 진보로 갈라졌습니다.
 
이제는 중국을 탓하고 대통령을 탓할 게 아니라 바이러스와 싸워야 합니다. 첫 타깃은 코로나19 숙주로 등장한 신천지예수교단입니다. 슈퍼전파자인 신천지 교인들에 대한 방역과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코로나19 사태의 승패가 걸겼습니다.
 
신천지예수교단은 2차례 성명을 통해 신천지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만들지 않았고 자신들 역시 피해자라고 합니다. 비난과 증오, 저주와 협박을 멈춰달라고도 합니다. 이만희 총회장은 “이번 사태는 신천지의 급성장을 막으려는 마귀의 짓이며 하나님과 예수님이 지켜주실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신천지 교인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슈퍼전파자라 해서 그들 역시 피해자인데 증오하고 위협해서는 안 되겠지만 왜 신천지교단을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했는지, 당사자인 신천지는 물론 개신교 등 종교계, 나아가 사회 전체가 되짚어 봐야 합니다.
 
애초 바이러스는 가장 취약한 곳을 공격하고 침투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신천지예수교단과 대형교회 등 종교단체를 매개로 대단히 빠르게 확산하는 것은 대한민국 공동체에서 가장 취약한 곳이 종교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는 단순히 좁은 공간에 밀착해 앉아 노래 부르고 ‘아멘’을 외치는,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신천지교단의 독특한 예배방식만 지적하는 것은 아닙니다. 근원적으로 최근 드러나고 있지만 신천지교단의 상식으론 납득되지 않는 초법적·탈법적인 선교방식을 말하는 것입니다.
 
신천지예수교단은 세를 확장하기 위해 포교를 하면서 아이들이 학업을 포기하고 가출하게 했으며, 자식이 부모를 고발하게까지 만들었습니다. ‘추수꾼’이라는 이름 아래 기성교회에 침투해 신도들을 빼내 갔습니다. 이만희 총회장과 전직 2인자가 벌이는 싸움은 종교적 신성함과 거리가 너무 멉니다.
 
‘조국 사태’ 당시 인턴경력 조작에 대해서조차 그렇게 분노한 우리 사회가 오랜 기간에 걸친 신천지의 탈법·불법적 행태엔 눈을 감았습니다. 정치권도 검찰도 언론도 모두 수수방관했습니다. 심지어 그들을 비호했습니다. 이만희 총회장이 말했듯이 지금도 신천지예수교는 반성과 회개는커녕 하나님과 예수님이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호언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십계명의 세 번째는 ‘신(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입니다. 특정 집단이나 개인이 경제적 이익, 정치적 야심, 특정 대상에 대한 증오를 정당화하기 위해 하나님과 예수님의 이름을 팔지 말라는 뜻입니다.
 
십계명의 이 경고는 비단 신천지예수교단과 이만희 총회장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신교 일부 목회자는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 있으면 주말에 교회에 나오면 하나님이 다 고쳐주실 것”이라고 공언합니다. 이 역시 신의 이름을 망령되이 부르는 행위입니다.
 
팬데믹 수준으로 악화일로인 코로나19 감염 사태는 우리 공동체의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가 종교라는 점을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특히 분산과 탈중앙화라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정신과 반대로 한국 교회, 나아가 대한민국 종교의 대형화와 쏠림, 집단화에 대한 최후의 경고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웃과 전쟁을 벌이고 그들의 땅을 뺏을 때,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파괴할 때 제발 신은 제외해주길 부탁드립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도덕적인 삶을 사는데 굳이 신의 이름을 부를 필요는 없으며, 세속주의만으로도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를 모두 얻을 수 있다는 유발 하라리의 말에 공감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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