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인데 고객이 한 명도 없다…車딜러 20년 만에 처음"

#1. 서울 강북의 현대차 판매점에서 10년 넘게 딜러로 일한 A씨. 다른 판매점 근무 경험까지 합치면 경력 20년이 넘는 베테랑 영업사원이지만 요즘처럼 매장을 찾는 사람이 드문 경우를 보지 못했다.

휴일인 지난 1일 A씨는 딜러로서는 처음으로 황당한 경험을 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11시간동안 전시장을 지켰지만 단 한 명의 고객도 매장을 찾지 않은 것이다.


6차선 대로변의 매장인데다 지하철역도 가까워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전에는 주말에만 20여명에 달하는 고객이 판매점을 찾았다. A씨는 "지난해 연말만해도 혼자서 근무하기가 벅찰 정도로 주말 손님이 제법 많았는데 최근에는 단 한 명도 찾지 않거나, 두 세 명 방문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2. 기아차 대리점 딜러 B씨는 요즘 핸드폰 알람음을 수시로 점검하는 습관이 생겼다. 예전 같으면 30분이 멀다 않고 핸드폰이 울렸지만 2월 중순 이후 손님들의 문의 전화가 사실상 끊겼기 때문이다. B씨는 휴대폰 알람음을 체크하며 울리지 않는 휴대폰만 들여다볼 때가 많다.

B씨는 "2월 중순 전 계약을 마친 물량 외에는 현재 신차 판매가 끊겼다고 보면 된다"며 "영업사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올 들어 판매 실적은 지난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B씨의 판매점이 강남에서도 노른자위 입지로 인근 4~5곳 판매점의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수 경기의 '현주소'로 불리는 자동차 판매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대면 영업을 해야 하는 판매 특성 상 코로나 발 영업 타격이 자동차 업계에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판매 급감은 이미 수치로 드러났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달 9만대 지지선이 무너졌다. 올해 2월 판매량은 8만1722대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1.7%(2만2585대) 급감했다.

국내 1위 현대차 판매가 26.4%나 줄었고, 기아차도 13.7% 감소했다. 쌍용차(-32.7%)와 르노삼성(-25.4%), 한국GM(-3.8%)도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차질과 수요 위축이 동시에 판매량에 악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이들 5개사는 지난달 코로나19에 따른 중국발 부품난 탓에 짧게는 이틀에서 길게는 열흘 넘게 공장을 멈춰야 했다. 이후 생산을 재개하고 마케팅도 정상화했지만 차갑게 식은 소비심리는 아직 되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간 연간 판매실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업계는 속속 할인 경쟁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현대차가 쏘나타와 아반떼 등 주요 차종 1만1000대를 최대 7% 할인하는 한편 제네시스 G80은 100만원 할인에 나섰다. GM과 쌍용차도 무이자 할부와 보증 확대 등 판매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이번 코로나발 판매부진이 아예 자동차 판매 채널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소비자들이 외출 자체를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여서 업체들은 소비자 접촉점을 온라인과 홈쇼핑 같은 '비대면' 채널로 급격히 돌리고 있다.

고육지책이지만 서서히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BMW가 온라인으로만 판매한 'M5 컴페티션 35주년 에디션'은 출시 2주도 안 돼 15대가 팔렸다. 지프도 비대면 구매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온라인이나 전화로 차를 사면 최대 50만원을 추가 할인해주기로 했다.

르노삼성은 출시를 앞둔 신차 XM3 사전 계약에서 온라인 판매 효과를 쏠쏠하게 봤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4000대가 넘는 전체 사전계약 물량 중 온라인 계약 비중이 20%에 달해 상당히 고무적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