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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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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변곡점에 전염병이 있었다. 보건위생 개념이 부족했던 전근대사회에선 대규모 전염병이 창궐했다. 그때마다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했다. 전염병은 줄곧 인류와 함께하며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다.

스페인 군함에 실려온 두창은 아즈텍과 잉카 문명을 멸망시켰고, 의학계에선 로마제국의 멸망과 십자군의 패배도 말라리아, 장티푸스, 이질 등에서 원인을 찾는다. 나폴레옹의 이집트·러시아 원정 실패도 군내 내 퍼진 페스트와 발진티푸스 때문이었다.

전염병 중 가장 악명이 높았던 페스트는 중세 사회 봉건제도의 몰락을 초래했다. 통제 불가능했던 ‘블랙스완’의 등장으로 14세기 유럽 전체 인구의 3분의 1인 약 35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노동력 부족이 심각해지자 임금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농촌을 버리고 떠나는 농노들이 급증했다. 영주의 지배력이 약해지자 중세 농노제가 해체됐다. 페스트에 무기력했던 교회의 권위도 흔들리며 종교개혁으로 이어졌고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인류는 큰 희생을 치르며 전염병을 매개로 역사·사회·경제적으로 큰 변화를 만들었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COVID-19)는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와 달리 이번 사태는 주요국의 ‘정치 변수’와 맞물려 있다. 바이러스의 위험이 본격 시작된 미국은 올해 대선을 치른다. 사태 전개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 후 4연임에 도전하려는 일본 아베 총리의 로드맵에도 돌발 변수가 생겼다.

초동 대처에 실패한 중국은 체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권위에 균열이 생겼고, 언제 내부 갈등이 촉발될지 모른다. ‘중국몽(中國夢)’도 흔들리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의 핵심 축인 이탈리아와 이란이 위험하다.

이란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 측근이 사망하고, 국회의원 8%가 양성 반응을 보이는 등 지도부가 붕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모두 세계 힘의 역학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이다.

이젠 초연결 사회에 기후변화까지 맞물리며 언제, 어떤 식으로 전염병이 돌발할지 모르는 시대가 됐다. 당장 신종 코로나로 전세계가 붉게 물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주저하고 있지만, 이젠 글로벌 판데믹(Pandemic·대유행)은 기정사실이 됐다. 토착화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판데믹이 휩쓸고 지나가면 이후의 세계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제적으로 글로벌 공급 사슬의 대규모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번 사태로 국제 분업 네트워크가 붕괴 됐다. 애플 등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거나 부품을 공급받고 있는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해외 생산 리스크가 얼마나 치명적 일 수 있는지 절감했다. 자국 등 생산지의 이동과 함께 중국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산업 구조 재편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핀테크·무인 점포·스마트 행정에 대한 요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디지털 경제 발전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취약계층의 경제적 기회 격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유통산업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속히 변화하고, 원격 의료·보건·제약·바이오·배달 대행·비즈니스 컨설팅 서비스·온라인 플랫폼 등의 분야의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판데믹에 따른 ‘코로나발 D(디플레이션)’의 공포도 현실화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단행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파격적인 금리 인하(0.5%포인트)가 그 전조다. 정례회의도 아니었다. 연준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지난 2008년에도 정례회의와 별도로 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인하 폭도 2008년 12월 이후 최대다. 이번 사태를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심각한 악재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불과 며칠 전 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과는 인식 수준이 크게 달랐고, 전 세계 중앙은행들에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역도, 경제 지원도 급하다. 정부와 재계는 한편으론 글로벌 판데믹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남 탓할 겨를이 없다. 정쟁할 시간에 전대미문의 전염병을 극복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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