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꼬인 한일관계…수출규제 해결도 '불투명'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지난해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로 경색됐던 한일관계가 '코로나19'(COVID-19)' 사태를 계기로 다시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한일 수출관리 당국은 오는 10일 수출규제 문제를 두고 다시 마주앉는데, 양국 관계 악화라는 변수에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틀 후 8차 수출대화…실질적 성과가 목표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국장이 16일 일본 경제산업성 17층 특별회의실에서 이다 요이치 일본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과 '제7차 한일 수출관리정책대화'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19.12.16/사진=뉴스1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오는 10일 제8차 한일 수출관리정책대화가 열린다. 지난해 12월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7차 수출관리정책대화 이후 3개월 만에 이뤄지는 만남이다. 8차 대화 수석대표로는 7차 대화와 마찬가지로 이호현 산업부 무역정책관(국장), 이다 요이치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이 나선다.

수출관리정책대화는 지난해 7월 일본이 한국을 대상으로 취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대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와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양국은 지난해 11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결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3년 6개월 만에 한일 수출관리 당국간 국장급 대화를 재개했다.


당시 양국은 수출관리제도와 운영 현황 등을 안건으로 논의했지만 '수출규제 철회'와 같은 깜짝 성과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대신 "상호 이해를 촉진할 수 있었다"며 추가 논의를 이어가자는 데 합의했다. 일 측은 7차 대화가 열린 지 나흘 후 규제 품목 중 하나였던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를 개별허가에서 특정포괄허가 대상으로 변경하는 일부 원상회복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올 들어 일본의 추가적인 움직임이 없어 수출규제가 9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이번 만남에서 일본 정부의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 태도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지난해 대화의 물꼬를 튼 데 이어 이제는 실질적 성과를 내겠다는 의미다.
코로나19에 빗장건 한일…수출대화는 영상회의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초치된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와 면담하기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강 장관은 이날 일본 정부의 한국발 입국자 2주 격리 방침에 항의하기 위해 주한 일본 대사를 초치했다. 2020.3.6/사진=뉴스1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변수로 등장했다. 지난 6일 오후 산업부는 "(경산성과) 제8차 한일 수출관리정책대화를 영상회의 형식으로 변경하는 것에 합의했다"고 긴급 발표했다. 당초 8차 대화는 서울에서 대면회의로 열릴 예정이었는데, 이를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영상회의로 대체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세로 대면접촉을 자제하는 분위기에 더해 최근 양국간 상호 입국절차 강화 조치로 대면 회의가 사실상 어려워진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 5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한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오는 9일부터 한국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중단하고, 한국에서 들어온 입국자를 14일간 대기하도록 해 사실상 입국을 차단하는 내용이다. 일본의 조치를 '입국거부'로 규정한 한국 정부는 이날 상응조치로 '맞불'을 놨다. 역시 9일을 기점으로 무비자 입국을 중단하고, 일본발 입국자에 대한 특별입국절차를 실시한다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일각에선 8차 대화가 연기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양국은 논의 끝에 약속했던 일정대로 대화를 열기로 했지만, 한일관계가 다시 극단으로 치닫는 분위기 속에서 수출규제 철회와 같은 진전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日, 수출규제 사유 해소…원상회복 조치해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6일 전북 정읍시에 위치한 보건용 마스크 필터(MB) 생산업체 (주)크린앤사이언스를 방문해 실시한 현장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3.6/사진=뉴스1

한편 이번 8차 대화에서 우리 정부는 지난번 만남때와 같이 수출규제 원상회복을 최종 목표로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선 일 측이 지난해 수출규제 사유로 제시한 △3년간 양국 정책대화 미개최에 따른 신뢰훼손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의 법적 근거 미흡 △한국 수출통제 인력‧조직의 취약성 등 문제가 제거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로 했다.

과장급 회의와 국장급 정책대화 등 대화채널을 통해 한국의 수출관리 제도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고,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와 관련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 대외무역법 개정안을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또 전략물자관리원 인력 14명(25%)을 증원하고, 산업부의 무역안보조직도 '과 단위'에서 '국 단위' 정규 조직으로 확대 개편하고 인력을 확충하기로 한 점도 설명할 예정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 6일 대외경제장관회의 겸 일본수출규제 관련 관계장관회의에서 "일 측이 한국을 대상으로 수출규제를 단행하며 제기한 사유가 모두 해소되고 있다"며 일본 정부에 "지난해 7월1일 이전 수준으로 원상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