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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이후 4년…"장애인 감염 대응은 여전히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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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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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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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인 인권이 없는 차별적인 코로나19 대응, 국가인권위원회 긴급구제 기자회견을 열고 정신장애 폐쇄병동 코로나19 확진 환자에 대한 차별 없는 치료대책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스1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인 인권이 없는 차별적인 코로나19 대응, 국가인권위원회 긴급구제 기자회견을 열고 정신장애 폐쇄병동 코로나19 확진 환자에 대한 차별 없는 치료대책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스1
#2015년, 지체장애인 2급 A씨는 황당한 일을 겪게 됐다. 평소 24시간 내내 케어를 담당해줬던 활동지원사가 "감염이 두렵다"며 갑자기 연락을 끊고 서비스를 중단했다. A씨는 신장투석 치료를 정기적으로 받지 못하면 건강 유지가 힘든 처지였다. 결국 그는 홀로 감염 위협을 무릅쓰고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병원을 찾아가 입원을 요청했다.

#2020년, 대구에서 가족 없이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던 중증장애인 8명이 자가격리 상태에 놓였다. 활동지원사가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중증장애인은 누군가의 도움 없인 물 한 모금 마시기도 어렵다. 이럴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정해놓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없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정부 측 대응이 늦어지자 지난달 28일부터 자체적으로 자가격리 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인력 모집에 나섰다.


장애인이 느끼는 코로나19의 두려움은 비장애인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크다. 전염병에 걸리느냐 마느냐를 떠나, 당장 먹고 입을 걱정부터 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 정부의 대응책은 사실상 '부재' 상태다.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메르스 이후 무려 4년 동안 정부에 계속 요구했다"며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인데, 의지가 없다고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메르스 때 제기한 ‘차별구제소송’은 여전히 법원에



장애인들이 전염병 확산 사태에서 정부에 목소리를 높인 건 메르스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문제는 심지어 법정 다툼까지 갔다.

장애인 단체는 앞서 살펴본 사례의 당사자 A씨 등 피해를 입은 장애인들을 대표해 2016년 10월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이 겪은 손해를 정부가 배상하고, 전염병 확산 상황에서 시행할 수 있는 장애인들을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라는 주장을 펼쳤다. 4년 반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해당 소송은 여태 1심 결론조차 내지 못한 상태다. 재판부가 제안한 중재안에 대해 정부가 아직 답을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고 측 대리를 맡은 홍석표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저도 이 사건이 승소를 떠나, 양쪽 당사자가 합의를 해야 종결되는 사건이라 생각한다"며 "저희는 계속 보건복지부 쪽 담당자와 이야기를 해보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지만 공무원인 담당자가 계속 교체되고 하는 상황 속에서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담당자는 "이 문제가 중요하다는 건 우리도 인지하고 있고, 장애계 쪽과 논의를 해나가는 중"이라면서도 "다만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 서로 이견도 많은 부분이라 시간이 좀 걸린다”고 말했다.



"사후적 대책 아닌 사전적 대책 절실"




장애계와 법조계는 전염병 사태에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장애인들을 위한 선제적 조치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우리가 메르스 이후 계속 대응책을 요구하고 정부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했는데 전혀 반응하지 않다가 다시 코로나가 왔다"면서 "계속 일이 터지면 우리가 '이게 필요하다'라고 요구하고, 그러면 정부가 도와주는 사후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그러다 보니 원활하게 지원이 안 되고 혼란한 상황 속에서 결국 공공이 해야 할 일을 민간단체가 다 부담하고 있다"며 "선제적인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왕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는 장애인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근본적인 사회 시각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재난 상황에 대한 기본법률인 '재난안전법'에도 장애인을 위한 어떠한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규정해 놓은 조문은 없는 게 현실"이라며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다르기 때문에 재난 상황에서 필요한 별도의 조치가 분명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엔 그런 것들이 부족한 처지"라고 말했다.

그는 또 '차별구제소송'의 한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변호사는 "사실 재판부가 판결로 정부에게 '이렇게 해라' 라고 명령하긴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서 "분명 보완책이 필요한 상황이긴 하지만, 이 대응책이 없다고 해서 법적 처벌이 가능한 '차별'의 영역에 속하는 것인가를 보면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와 사회가 조금 더 먼저 세심하게 장애인을 기준에 둔 제도 마련에 앞장서 주는 방법밖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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