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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인센티브’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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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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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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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도덕경제학’…왜 경제적 인센티브는 선한 시민을 대체할 수 없는가

인간은 ‘인센티브’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
2001년 보스턴 시 소방청장은 소방대원의 병가가 월요일과 금요일에 몰려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해 12월 1일 무제한 유급 병가제도를 폐지했다. 대신 연간 유급 병가를 최대 15일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면 그만큼 급여에서 삭감하도록 했다.

새로 도입된 인센티브 정책에 따라 소방대원의 병가가 줄어들 것을 기대했던 청장의 계획은 실패했다. 소방관들은 같은 해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 전해에 비해 무려 10배가 넘는 병가 신청을 내며 제도에 저항했다. 소방청장의 모욕적인 제도는 사실 오랫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이론을 반영한 것이다.

근대 경제학자들은 제도를 설계할 때 이로부터 영향을 받게 될 ‘시민들은 부정직하며 자신의 이익 말고는 어떤 다른 지향도 갖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제도란 개인들은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는 전제하에 보상과 처벌을 중심으로 고안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방대 사례처럼 경제학의 전제로 여겨지는 ‘이기적 인간’이란 명제는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가 많다.

인센티브는 사람들의 행동을 바람직한 방향과 수준으로 이끌기 위해 고안된다. 잘하면 상을 주고 못하면 벌을 주는 식이다.

하지만 인센티브가 의도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물질적 보상의 결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데다, 제도가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진정한 동기(용돈을 받기 위해 책을 읽는 등)가 왜곡되기도 한다.

인센티브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거나 반대로 나타나는 경우를 ‘몰아냄 효과’라고 부른다. 저자는 사람들은 보상과 벌금이라는 인센티브를 주지 않더라도 타인을 도우려는 성향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경제적 인센티브가 이런 인간의 성향을 ‘몰아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책은 몰아냄 효과를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하고 인센티브와 인간 행동의 상관관계를 밝힌다.

인센티브 제도가 활발한 자본주의 시장은 인간의 도덕적, 윤리적 행동을 줄게 하고 사회를 이기적인 사람으로 가득한 불공정한 사회로 변화시킬까. 저자의 대답은 ‘No’다.

산업화 이후 여러 사상가들은 시장 확대가 도덕성의 쇠퇴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센티브의 몰아냄 효과를 보면 어느 정도 타당해 보인다. 저자는 그러나 “자본주의의 역사가 길고 시장이 지배적인 사회일수록 시민적 덕성이 더 잘 관찰됐다”고 증명한다.

시장이 도덕적 덕성을 몰아내는 경향을 갖고 있지만, 자본주의 발달과 함께 등장한 국가적 차원의 제도적 토대들(사회보험, 자유주의적 법치 등)이 시민적 덕성을 함양하는 경향을 갖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은 최근 자유주의가 불평등을 심화하는 경제모델과 결합하면서 떠오른 불공정에 대한 문제도 시민적인 덕성을 발현할 제도 설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도덕경제학=새뮤얼 보울스 지음. 박용진 등 옮김. 흐름출판 펴냄. 388쪽/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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