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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씨감자와 자전거 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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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0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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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손님은 적은데, 음식 서빙은 좀 더 늦어진 것 같네요?”

점심 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손님이 줄어든 식당에서 직원에게 물었더니, 손님이 준 만큼 종업원들도 줄여서 잠깐 바쁠 때는 오히려 손이 부족하단다. 손님이 어느 정도 줄었느냐고 물었더니 식당마다 차이는 있지만 잘나가는 식당조차 60~70%가 줄었다고 한다. 아마 그 정도의 종업원들이 줄었다는 뜻일 듯하다.

그러고 보니 점심 먹으러 가는 길이면 지하철역 근처 등에서 자주 마주치던 전단지를 나눠주던 할머니들도 줄었다. 이유를 들어보니 코로나19 여파로 아무도 전달지를 받으러 하지 않아 1장에 몇 원 떼기를 하던 할머니들의 일자리도 사라졌단다.

또 개학이 늦춰진 자녀들이 학원을 가지 않으니 동네 학원들도 빈 강의실을 보며 걱정이 늘었다. 학교에서 시간강사를 하던 사람들도 2주 늦춰진 개학에 앞날이 걱정이다.

그 뿐인가. 아이들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니, 코로나19 감염 걱정은 조금 덜었지만, 자녀들의 운동량이 줄고, 비타민 D 결핍을 걱정하는 학부모들도 늘었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 전체를 바꿔나가고 있다.

항상 이런 위기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고통의 길에 접어드는 사람들이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 계층이다. 그래도 웬만한 위기가 오면 이들의 어려움을 지켜주는 국민들의 단합과, 기업들, 국가적 시스템이 버팀목 역할을 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위기는 함께 극복하고, 또 회복의 기회로 삼아왔다. IMF를 그렇게 넘겼고, 글로벌금융위기도 남들보다 잘 극복했다고 자부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은 좀 양상이 다르다. 집단적 공포가 확산되면서 사회 시스템의 위기에 직면했다. 계속 달려야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의 페달을 더 이상 밟지 않아 사회 전체의 운동력이 상실되고 있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멈추기 위해 우리 스스로의 움직임을 줄인 결과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월 이후 한달여간 이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컨벤션 비즈니스는 90%가 줄었다. 항공수요는 85%, 교육서비스는 68%, 소매유통 45%, 자동차 판매 22%가 급감했다.

자영업자들은 임대료나 전기세, 인건비 등 고정비는 나가는데 수입은 전무해 사지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사회적 취약계층이 어려워질 때 이들의 버팀목이 되던 기업들마저 매출감소와 부품 원자재 수급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서서히 무너져내리고 있다.

정부는 긴급히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했지만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09년 28조 4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진입하고 있어서다.

국내의 경우 코로나19의 발병이나 대응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먼저 시작됐지만, 세계 경제의 중심 축인 북미와 유럽 등은 이제 코로나19가 시작단계이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는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투트랙의 위기극복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각자는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코로나19의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정부는 사회적 취약계층의 지원과 함께 위기에 빠진 기업들에 대한 공격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대기업이든, 중견·중소기업이든, 기업은 사회의 씨감자나 종자벼와 같은 존재다. 내년 농사를 위한 씨감자나 종자벼마저 사라지면 바이러스를 이겨도 다시 일어서기 힘들다. 따라서 경제의 페달을 밟아 내일의 씨앗이 시들지 않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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