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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진퇴양난…집값 잡기 포기냐 vs 경기부양 포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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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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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1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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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집값을 잡고 동시에 경기부양도 하는 것은 불가능,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금리인하 진퇴양난…집값 잡기 포기냐 vs 경기부양 포기냐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2주 앞둔 지난 3일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이처럼 연준이 정례회의와 별도로 금리를 전격적으로 인하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매우 이례적이다.

제롬 파월 FRB의장은 확산일로에 있는 코로나19 리스크에 대비하고 최저 실업률과 가격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고 금리 인하 취지를 밝혔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1.00~1.25%로 낮아졌다.

FRB가 이처럼 선제적으로 0.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자 불과 1주일 전인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곧바로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미국 기준금리 긴급인하 관련 국내 금융상황 등을 점검했다.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이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을 운영함에 있어 연준의 이같은 정책여건의 변화를 적절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금리인하 시그널을 보냈고 이로써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기정사실화 됐다.

최근 한 언론사의 국내 증권사 소속 전문가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 10명 모두 4월 한은 금융통화위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현행 연 1.25%에서 1.00%로 인하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심지어 이들 중 3명은 0%대로 추가 하향 조정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고민도 덩달아 커졌다. 가장 먼저는 경제성장률 하락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인 1.0%라는 것은 그만큼 경기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각종 경제기관들은 잇달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S&P는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1.1%에 불과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무디스 역시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4%로 하향 조정했고,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불황'이 발생할 경우 0.8%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제시했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안간힘을 쓴 덕에 겨우 2.0%의 성장률을 사수할 수 있었지만, 반등을 장담했던 올해는 1분기도 채 지나기 전부터 1%대의 비관적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비록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크다고 해도 매번 체감할만한 성과를 내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올해도 일찌감치 물 건너간 셈이 된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성장률도 크게 하향 조정됐다. 이는 올해 나아질 것을 기대했던 우리나라 수출과 주요 기업들의 투자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음을 뜻한다. 결국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내수 소비까지 급격히 위축된 상황까지 감안하면 경기 급락세를 버텨줄 만한 수단은 별로 없다.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이 우려되는 지금 상황에서 한국 경제도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해 보이는데, 세계 경제 부진으로 수출 회복도 지연되고 코로나19 불황으로 자영업과 내수 소비까지 무너지면 남은 경기 방어 수단은 결국 건설투자 뿐이다.

그런데 이미 SOC투자는 올해 예산에서 크게 늘려잡았으니 건설투자를 늘리려면 주택 경기를 활성화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칫 주택 경기를 부양하려 했다가는 그동안 건설투자로 인위적인 경기 부양을 하지 않겠다는 기조와 정면 배치될 뿐더러 안간힘을 써가며 꾹꾹 눌러 온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게다가 한은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은 전분기 대비 27조6000억원(1.8%) 증가한 1600조1000억원으로 집계돼 이미 가계부채 1600조원 시대에 접어들었다. 가계 소득 대비 빚 부담을 측정하는 지표인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도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96.6%에 달해 거의 10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오는 4월에 기준금리까지 인하되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지난해 7월에 한은이 경기 우려를 반영해 1.5%로 금리를 인하하자 앞서 강력한 9·13 부동산 대책 이후 하향 추세를 보이던 집값은 서울을 중심으로 무섭게 급반등하기 시작했다.

경기가 불안한 상황에서 부동산 외엔 다른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던 투자자들이 금리 인하로 대출 부담이 경감되자 신용대출과 전세대출 등 각종 레버리지를 최대한 활용해 매수에 나섰고, 분양가 상한제와 정부의 규제를 피해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지방 도심권을 중심으로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결국 낮아진 금리로 인해 돈은 부동산으로 쏠렸고 가계부채는 크게 늘어났다.

이에 정부는 부랴부랴 2·20 부동산 대책으로 수·용·성 지역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급등한 집값을 겨우겨우 틀어막았지만 향후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경기 부양보다는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고, 가계부채 불안이 더욱 커지면서 지난해와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결국 코로나19의 충격에 빠진 한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도 인하하고 건설투자도 늘리는 게 절박한 상황이지만, 금리 인하가 투자와 소비 활성화로 이어지기도 어렵고 가계부채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집값 상승만 부추길 수 있다는 걱정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바로 정부의 고민일 수밖에 없다.

분명한 건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원하는 바대로 집값도 잡고 동시에 경기를 부양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는 점이다. 둘 중 하나를 포기하든 아니면 둘 다 포기하든 이제 정부의 과감한 결단만이 남았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20년 3월 10일 (17:2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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