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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취재, 나흘 뒤 열이 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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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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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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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서 열이 났다.

아침에 일어나니 눈 주위가 화끈거렸고, 목이 따끔 했다.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을 취재하고 돌아온 지 꼭 나흘째 되던 날이었다. '설마'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취재 내내 마스크를 하고 다녔고, 손소독제도 틈틈이 사용했다.

점심쯤이 되자 '설마'는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정확하게 체온을 재고 싶었지만 취재 후 자체적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혼자 있는 집에 체온계가 없었다. '코로나19' 기사를 계속 써왔지만 증상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식약처 자료까지 찾아봤다. 긴가민가했다.

우선 회사의 팀장, 부장과 상의했다. 보건소 상담과 확실한 검사로 불안감을 없애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집 근처 보건소 전화번호를 찾아봤다.


오후 2시39분 : "보건소죠? 제가 대구를 다녀왔는데, 열이 납니다."


경북 청도 대남병원을 취재하던 중 확진자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 확진자와 가장 근접한 순간이었다. /사진=김남이 기자
경북 청도 대남병원을 취재하던 중 확진자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 확진자와 가장 근접한 순간이었다. /사진=김남이 기자

담당 보건소에 전화했다. 첫 통화는 2분도 안돼 끝났다. 접수는 됐고, 자세한 조사를 위해 역학조사관이 전화한다는 내용이었다.

10분 뒤 전화가 왔다. 대구 지역과 경북 청도 대남병원(출입은 안함)을 다녀왔다는 설명을 했고, 열이 나고 목이 좀 아프다고 했다. 역학조사관은 세심하게 동선과 증상을 물었고, 거기에 답했다. 10분간의 통화를 마치면서 검사가 필요한지는 좀 더 판단해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진단을 받기 위해서는 조사 대상 요건에 충족해야 한다. 발생 국가나 지역을 방문한 후 14일 이내 발열 또는 기침, 인후통이 나타나거나, 의사의 소견에 따라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돼야 한다. 조사 대상자가 아니면 일반 병원을 찾아야 하는데 비용이 16~17만원이 든다.

통화를 마친후 1시간30분 뒤에 다시 전화가 왔다. 오후 5시20분까지 검사를 위해 보건소로 오라는 전화였다. 운이 좋은 경우다. 거주지역에 아직 확진자가 없고, 조사 대상자가 상대적으로 적어 기자에게 검사 기회가 빨리 온 듯했다. 같은 조사 대상자라도 고령이나 기저 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이 우선이다.


오후 4시50분 : "내리시지 마시고, 우선 창문만 여세요"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기사내용 과는 관계 없음) 검사를 받을 때는 '드라이브 쓰루' 형태가 아니더라도 감염자와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차량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사진=뉴스1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기사내용 과는 관계 없음) 검사를 받을 때는 '드라이브 쓰루' 형태가 아니더라도 감염자와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차량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사진=뉴스1

대구를 다녀온 뒤 처음 문밖으로 나섰다. 보건소에서 알려준 대로 마스크를 하고, 위생장갑을 꼈다. 혹시 몰라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으로 이동해 지하에 주차된 차량에 탔다.

도착한 보건소는 이미 차량을 통제 중이었다. 차량 번호를 미리 보건소에 전달했고, 멀리서 기자의 차량이 보이자 장애물을 치워줬다. 사전에 안내 받은 대로 차량을 지정된 장소에 주차하고,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다.

주차장에서 소독하는 차량, 간이 자가격리 시설 등이 설치돼 있었다. 곧 방역복을 입은 직원이 나왔다.

문진과 체온 측정은 차내에서 창문만 내린 채 진행됐다. 검사 과정에서 다른 감염자와 접촉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실제 주차장에는 다른 조사 대상자의 차량도 있었으나 검사 과정에서 접촉하지는 않았다.

체온은 37.3도가 나왔다. 조사방식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직원이 설명해줬다. 잠시 후 직원을 따라 보건소 내 선별진료소로 향했다.


오후 5시20분 : "자 입벌리고, '아' 하세요. 아~."


코로나 19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기사 내용과는 관계 없음)<br />
검체 채취때 재채기가 자주 나온다. 방역 일선에 있는 의료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진=뉴스1
코로나 19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기사 내용과는 관계 없음)
검체 채취때 재채기가 자주 나온다. 방역 일선에 있는 의료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진=뉴스1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검체 채취를 진행했다. 검체는 목과 코에서 채취하고, 객담(가래)도 따로 검사한다.

고글과 방역복으로 무장한 공중보건의는 "목 안 깊숙한 곳에서 채취를 해야 정확한 결과가 나온다"며 "생각보다 속이 메슥거리거나 아플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꽤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면봉과 비슷하게 생긴 검체 채취용 막대기가 목 안으로 들어오자 속이 울렁거렸다. 목 깊숙한 곳에 손가락을 넣는 기분이었다. 코에서 채취할 때 막대기가 눈 근처까지 올라온 기분이었다. 눈물이 찔끔 났다.

순간 재채기가 나왔다. 보건의와 조사대상자 사이에는 투명한 플라스틱 가림막이 있어 직접 비말(침)이 닿지는 않지만 위험한 순간이다.

대구에서 활동 중인 보건의에게 물으니 가장 당혹스러운 순간이라고 말했다. 감염자일지 모르는 조상 대상자의 침에 닿을 수 있어서다. ‘코로나19’ 일선에서 활동하는 의료진의 노고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5분 정도의 검사가 끝난 뒤 직원은 검사결과가 하루 뒤에 나올 것이라고 했다.



오후 6시 : 동선을 쓰다 멈췄다. "'확진'나오면 이 가게 장사 못 할텐데..."


취재 당시 대구 동성로의 모습. '불타는 금요일' 밤이지만 오가는 사람이 매우 적었다. 검사를 받으면서 제일 걱정된 것은 '동선 공개'였다. /사진=임성균 기자
취재 당시 대구 동성로의 모습. '불타는 금요일' 밤이지만 오가는 사람이 매우 적었다. 검사를 받으면서 제일 걱정된 것은 '동선 공개'였다. /사진=임성균 기자
집에 돌아온 뒤 대구에서의 동선을 정리했다. 취재 수첩과 휴대폰의 사진, 식당 영수증 등을 보면서 시간과 장소를 적어 내려갔다.

가장 어렵고, 힘든 순간이었다. 지금 적고 있는 장소와 인물들이 유·무형의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외지에서 와 고생한다며 순대 한 접시를 더 준 대구에서 만난 마음씨 고운 국밥집 주인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주변의 시선도 걱정됐다. 직업의 특성상 누구인지 특정될 가능성이 크고, 기사에 등장한 취재원이 누구인지도 밝혀질 수 있는 문제였다. 비할 바는 아니지만 확진자들이 동선 공개로 겪는 고통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육체적 아픔보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짓눌렀다.

지난 9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코로나19 확진환자의 사생활 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돼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정보공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려해볼 문제다.



다음날 오후 2시: "검사 결과 '음성'임을 알려드립니다"


담당 보건소에서 보낸 검사 결과 문자. '음성'을 보는 순간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사진=김남이 기자
담당 보건소에서 보낸 검사 결과 문자. '음성'을 보는 순간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사진=김남이 기자
'‘귀하의 코로나19’ 검사결과 "음성"임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문자가 왔다. 모든 고민이 사라졌다. 검사 후 음성 판정을 받기까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상태였다.

걱정하고 있을 가족과 회사 동료에게 먼저 소식을 알렸다. 다들 다행이라며 격려해줬다. 이런 소리를 들을 때는 괜히 민망했다.

보건소는 대구, 경북지역 방문일로부터 14일까지는 △외출 자제 및 타인과 접촉 자제 △다중이용시설 방문 자제 △대중교통 이용자제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및 기침예절 준수 등을 지켜달라고 했고, 재택근무를 하며 해당 사항을 지켰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2주가 지났다. 검사를 받으면서 한국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음을 느꼈다. 빠른 속도와 체계적인 검사 방법이 인상적이었다. 이와 함께 의료진의 노력과 수고에 감사했다.

또 확진자와 조사대상자의 심리적 압박감을 잠시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공익을 위해 자신의 사생활까지 공개하는 만큼 이들에 대한 비난이나 조롱은 거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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