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항공맨 조원태 역발상, 베트남 하늘길 다시 열었다

조원태 한진 회장 / 사진=내부

조원태 한진 회장의 역발상이다. 승객이 줄어들어 노선이 사라진 대한항공 여객기를 화물기로 돌려 수익을 내고 국내 기업들의 수출입망도 차질 없이 유지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일부터 막혔던 베트남 호찌민 하늘길이 다시 열렸다. 칭다오에는 21일부터 '전 여객 현 화물기'가 투입된다.

대한항공 (20,250원 ▼300 -1.46%)은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로 인한 노선 운휴와 감편에 따라 공항에 발이 묶인 여객기를 화물만 실어 운항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조 회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는게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다. 조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며 "유휴 여객기의 화물칸을 이용해 화물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또 "이를 통해 공급선을 다양화하는 한편 주기료 등 비용까지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의 한국 출발 승객들의 입국 제한으로 대한항공은 지난 13일 기준 총 124개 노선 중 89개가 운휴 상태다. 또 수요 감소로 인한 잇따른 감편으로 국제선 여객 운항 횟수는 평소 대비 86% 줄어들었다. 여객기가 발이 묶임에 따라 여객기를 통한 화물 수송도 크게 감소한 상태다.

조 회장은 여객·화물, 경영전략·기획 등 핵심 부서에서 17년 동안 근무한 항공·물류 전문가다. 조 회장의 화물 수송 아이디어로 수출입 기업들의 원활한 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여객기 활용으로 공항 주기로 감면 등 비용 절감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운휴 중인 베트남 호찌민에 13일부터 20여톤의 화물을 탑재할 수 있는 A330-300 여객기를 투입했다. 일반 승객은 지난 3일부터 운휴에 들어간 노선이다. 여객기에 화물을 실어 보냄으로써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들의 긴급 물량과 한국발 농산물 화물을 소화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운휴 중인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 사용하는 역발상을 통해 막혔던 베트남과 중국 하늘길을 다시 열었다./사진제공=대한항공

또 대한항공은 지난 2월 25일 부터 여객기가 운항하지 못하고 있는 칭다오에는 오는 21일부터 여객기를 투입해 화물을 수송하는 등 대상 지역과 품목을 지속 넓혀갈 예정이다.

조 회장의 위기대응 전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9년엔 여객사업본부장으로 일하며 미국발 금융 위기, 신종플루 등의 영향으로 한국발 수요가 대폭 감소하는 위기를 맞았다. 당시 조 회장은 인천을 거쳐 제 3국으로 여행하는 환승 수요 대폭 유치했다.

그룹 관계자는 "당시 조 회장의 결정에 따라 2009년 전 세계 대부분의 대형 항공사들이 적자일때 1334억원 영업 흑자를 견인하는 등 항공 물류 전문가의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도전에 맞서 오는 27일 한진칼 (55,700원 ▼1,700 -2.96%)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빙의 지분싸움 속에서 항공사 운영 노하우와 전문성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조 회장의 역발상이 주주들의 표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한항공은 한국발 여객노선 운휴 뿐 아니라 미국의 유럽발 항공편 입항 금지 조치 등 코로나19로 인해 급변하고 있는 항공시장에 맞는 새로운 수요를 적극 창출해 나갈 예정이다.

조 회장은 “미국에 의해 대서양 하늘 길이 막힌 만큼 여객과 화물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움직여야 한다”면서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