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말고 다른 배경은 없나?…두산중공업 위기의 진짜 이유

두산중공업이 '일부 휴업'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 대책 시행 범위를 놓고 노사 갈등이 불거질 전망이다. 노조는 당장 17일 확대 간부 60여명이 상경해 두산그룹 본사에서 구조조정 철회 촉구 집회를 갖는다. 노조는 그러나 사측과 '휴업'을 위한 협상은 계속 할 방침이다.


사측은 노조에게 현 위기 상황을 충분히 전달해 동의를 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양측 입장차는 당분간 평행선을 달릴 조짐이다. 양측은 특히 과연 무슨 이유로 두산중공업이 이 지경까지 몰리게 됐느냐는 원인 분석을 통해 이를 근거로 휴업 규모를 논의하는 수순이 예상된다. 그만큼 두산중공업이 위기에 빠진 '진짜 이유'가 중요한 상황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휴업 카드를 꺼낸 두산중공업 (14,690원 ▼210 -1.41%)의 위기는 7조원에 달하는 일감 수주를 중단시킨 '탈원전' 정책과 석탄 화력 발전사업의 부진, 가스터빈 등 신사업의 한계, 재무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진단이다.

석탄화력 부진, 실적 둔화로...
사실 두산중공업 전체 매출에서 '원자력' 발전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수년동안 20% 정도였다. 반면 석탄 화력 발전 사업 매출은 전체 매출의 60~70%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휴업의 가장 큰 원인은 탈원전 정책보다 지난 5년간 절반이나 줄어든 매출에 있고, 이런 실적 부진을 몰고 온 석탄 화력 발전 사업의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신규수주 급감의 주 원인도 석탄 화력 발전 부진이 한 몫 했다. 2016년 9조원이 넘던 두산중공업 신규수주는 2018년 4조6441억원으로 곤두박질쳤고,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조1484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는 석탄 화력 발전 등의 신규수주가 2016년 7조4794억원, 2018년 3조8245억원, 2019년 3분기 말 1조5598억원으로 급락한 영향이 컸다.

특히 국내에서 석탄 발전을 줄이려는 원인도 있었지만, 그보다 해외에서의 수주 감소 타격이 더 컸다. 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 석탄 화력 발전 수주의 60% 이상을 해외수주로 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석탄 화력 최종투자 규모는 2015년 88GW에서 2018년 23GW로 급감했다. 이 때문에 두산중공업 뿐만 아니라 지멘스,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글로벌 발전 기업도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당장 현금 못 버는 신규사업
글로벌 에너지 환경 변화에 대비해 두산중공업이 새 먹거리를 물색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원으로 가동하는 가스터빈 제조 사업이 대표적이다.

2013년부터 1조원을 이 사업에 투입했고 지난해 한국 최초로 최종 조립에 성공했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에 가스터빈 기술을 확보한 국가가 된 것이다. 한국에서만 10조원 규모의 수입대체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 사업은 당장은 돈을 벌지 못했다. 자체 성능시험과 설치, 시운전까지 거쳐야 하는데 2022년 이후에야 상용화가 가능하다.

누적된 재무불안
수주 감소로 현금 유입이 줄어든 상황은 수년째 재무불안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자회사인 두산건설이 2013년 이후 대규모 미분양에 빠졌다.

2007년 인수한 밥캣(현 두산밥캣)도 재무 부담의 뇌관이 됐다. 당시 4조5000억원 을 들여 밥캣을 인수했는데 인수금액의 80% 정도가 차입이었다. 밥캣 인수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실적이 추락한 것도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를 멍들게 했다.

두산중공업은 이들의 자금줄을 떠맡았다. 2013년 이후 유상증자와 현물출자, 상환전환우선주(RCPS) 정산을 통해 총 1조7000억원을 두산건설에 지원했다. 두산밥캣의 일부 지분을 파는 등 자산매각도 병행했다.

그러나 2016년 3조원대 수준이었던 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말 5조원을 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72%에서 186%로 뛰었다. 이제 영업활동만으로는 금융비용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조 협의가 '발등의 불'
이런 상황에서 결정적으로 그나마 현금을 벌 수 있었던 원전 사업까지 막히면서 감당하기 힘든 경영난으로 이어졌다.

임유식 두산중공업 금속노조 경남지부 사무장은 "누적된 복합적 원인에 탈원전 정책 충격이 겹쳐 이런 위기를 맞게 됐다"며 경영진 책임론을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 경영 위기가 심각한 상황으로 당장 휴업 원인을 노조에게 어떻게 제시하며 휴업 동의를 끌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