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0%대 금리시대, 부동산 시장은

서울 아파트 전경.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미국 연방준비은행(FRB)에 이어 한국은행마저 '0%대 금리시대'를 열면서 부동산 시장의 향방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한은의 파격적인 금리인하에도 정부의 잇단 고강도 정책과 코로나발 우려가 맞물리면서 금리와 부동산 가격이 반비례라는 일반적인 공식이 이번에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금리인하에도 하향 안정추세인 집값이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경기침체 우려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연준이 이례적으로 2주새 두차례나 예정에 없던 긴급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에서 보듯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 우려가 상당하다. 경제성장률이 흔들리고 집값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택 구매 수요가 홀로 확대되기는 어렵다.
경제성장률 흔들리는데 부동산 불패?실제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를 하회한 것은 1956년(0.7%) 1980년(-1.7%) 1998년(-5.1%) 2009년(0.8%) 등으로 주로 글로벌 경제 충격에 따른 경제 위기를 겪었던 때다. 당시 집값도 성장률에 따라 움직였다.

비교적 가까운 2008년 9월말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는한은이 기준금리를 5.25%에서 2%까지 끌어내렸지만 2008년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47%(KB부동산 리브온) 하락했다. 이 기간 서울은 3.56% 떨어졌는데 강북과 강남의 하락률은 각각 3.46%, 3.73%로 집계됐다. 그간 많이 오른 지역일수록 하락폭도 컸다.

홍춘욱 ERA리서치 대표는 “글로벌 경기위축은 부동산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은행의 대출 한도를 축소시켜 주택 수요를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며 “당분간 부동산 시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금리인하에도 오히려 경기침체 우려로 집값이 급등한 강남권, 재개발·재건축 등을 중심으로 하락폭이 클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진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글로벌 위기에 따른 집값 조정기일 때마다 선행적으로 먼저 올랐던 강남권과 투기 성격이 강한 재개발·재건축의 하락이 두드러졌다”며 “코로나 사태 추이에 따라 조정기간이나 조정폭이 예전과 다를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저금리 이미 오래... "금리인하가 시장변동 일으키긴 어렵다"사상 처음 0%대 금리 시대가 열렸지만 늘어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을 밀어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수년간의 저금리가 굳어진 상황에서 금리인하에 대한 체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정부의 촘촘한 대출 규제 등으로 대출 수요에 기반한 주택구매가 약화됐다. 여기에 자금출처조사 강화 등으로 주택구매가 이전보다 어려워진 상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수년째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금리인하로 시장변동이 일어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면서도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 유동성 확대로 일부 지역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수용성’(수원·용인·성남)처럼 비규제지역의 풍선효과가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는 나온다. 비규제지역의 경우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해 금리인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금리인하, 재정지출 확대 등 경기부양책의 영향이 주택시장의 투기수요를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에도 2월 은행의 가계 및 개인사업자 대출 순증 규모는 11조5000억원으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인위적인 정부 규제 강화는 풍선효과와 같은 시장 왜곡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