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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아끼다 '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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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17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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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효과 대책', '수용성(수원·성남·용인) 대책'이라고 불리는 2·20 대책을 만드는데 워킹데이로 4일 걸렸다. 대책 마련에 참여했던 정부 고위 당국자에게 전해 들은 얘기니 틀리지 않을 것이다. 2·20 대책의 엄마격인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은 본격 착수한지 열흘 정도만에 완성됐다. 12·16 대책이든 2·20 대책이든 사전에 모니터링하던 시간까지 더하면 더 긴 기간이 걸렸겠지만 '위'에서 방향만 정해주면 정부가 대책을 만들어내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지난 정부 기획재정부에서 정부 정책조정 업무를 담당했던 한 공직자는 "각 부처, 담당 국장의 '서랍'에는 각종 대책들이 쌓여 있다. 방향만 제시해 주면 곧바로 나온다"고 말했다. 일부 과장이 섞인 말이겠지만 신속함에 놀랐다는 맥락으로 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건사고가 터지면 빨리 대책을 내놓으라고 쪼아대는 여론(대부분은 언론의 역할이다), 그 비판을 견대내지 못하고 공무원들을 닥달하는 정치권, 이런 환경 속에서 수십년간 살아온 그들의 생존 노하우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 공무원들의 뛰어난 준비성과 신속성을 칭찬하자고? 물론 이런걸 얘기하려는건 아니다.

이런 생존법은 공직사회에 '서랍'이 비는 것을 두려워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언제, 어떤 대책을 요구할지 모르니 항상 서랍 속에 뭔가를 쟁여놔야 안심한다. 한꺼번에 풀 수 있는 대책을 찔끔찔끔 내놓거나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타이밍을 재기도 한다. 하반기가 되면 신년 대통령 업무계획에 쓸 카드를 차곡차곡 쌓기 시작한다. 중앙 부처들을 출입하면서 심심찮게 봤던 모습이다.

2019년 12·16 부동산 대책의 핵심이었던 집값별 대출 규제는 2018년 9·13 부동산 대책을 만들면서 이미 검토했던 내용이었다. 똑같이 대출 규제를 핵심으로 한 대책이었지만 9·13 때는 주택보유수에 따라, 12·16 때는 집값에 따라 나눠 대출을 금지했다. 9·13 때 한꺼번에 썼다면 집값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2·20 대책도 마찬가지다. 조정대상지역 3곳을 추가 지정하고 조정대상지역의 규제를 강화한 2·20 대책의 초안에는 조정대상지역 일부를 투기과열지구로 격상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조정대상지역 지정 대상도 최종안보다는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토단계의 안과 최종안이 물론 다를 수 있다. 검토했던 안들을 타이밍에 맞춰 쓰는 것이라는 반론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우리 공직사회에 정책 카드를 아껴쓰려는 습성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 대응에서 이런 문화의 흔적을 본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은 '한가한' 규모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아직 국회 통과도 못했는데 이미 2차 추경 얘기가 나온다. '공매도 전면 금지' 카드를 아꼈던 금융위원회는 증시 폭락 후에 뒤늦게 '슬기롭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미국이 두번에 걸쳐 금리를 1.50%포인트 낮추는 동안 한국은행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일정 협의 중'이란 메시지만 내보내다 0.5%포인트 인하를 결정했다.

하지만 추경 규모가 증액돼 사상 최대 규모가 되든, 사상 첫 0%대 기준금리 시대가 열리든 '뒷북', '실기'라는 비판이 따라 붙을 것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옛 공직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시장이 공포에 빠졌을 때,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가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렸을 때는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과한 대책'을 써야 한다, 그것도 전격적으로. 그래야 심리를 꺾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니 정책 여력을 아꺼야 한다고? 이미 시장이 다 예상하고 있는 대책은 '과한 대책'이 아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전례없는 일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하지 않았나.

기자 생활하면서 기사 내보낼 타이밍을 재고 있을 때 선배들에게 혼나며 들었던 얘기도 하나 전한다.

"아끼다 똥 된다."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 사진=인트라넷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 사진=인트라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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