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무서워 한국 떠난 美선수, 스페인 갔더니 '확진자 9428명'

머니투데이

오진영 인턴기자

2019~2020 프로농구 서울 SK와 부산 KT의 경기가 열린 11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KT 멀린스가 3점슛을 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한국 프로농구(KBL)에서 활약하다 코로나19가 확산되자 계약을 자진 파기하고 한국을 떠난 미국 농구선수가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부산 KT소닉붐이 2019-20시즌 야심차게 영입한 바이런 멀린스는 2009년 미국 프로농구(NBA) 드래프트에서 댈러스 매버릭스에 지명되었던 선수로 기대감을 모았다. 모든 선수 중 가장 신장이 큰 센터로, 골밑 득점과 리바운드에 강점을 보이는 선수다.

부산 KT는 윌리 쏜튼과 함께 팀을 이끌어갈 선수로 멀린스를 낙점하고 많은 공을 들였으나, 코로나19 공포가 확산되면서 멀린스의 마음은 한국을 떠났다.

팀 동료 앨런 더햄이 자진 퇴출을 선언한 이튿날인 지난달 27일 멀린스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부산 KT와 계약을 해지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SNS에 "확진자 900명인 B리그(일본 농구리그)와 확진자 2000명인 KBL 중 어느 리그가 중단되어야 하나"며 일본과 '비교글'을 올리기도 했다.

스페인 농구리그에 입단한 멀린스. / 사진 = OSEN

멀린스는 한국을 떠난 지 하루 만에 스페인 프로농구 1부리그(ACB)의 에스투디안테스와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후 휴식기 때 미리 팀을 알아봤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코로나19로 상처 입은 농구팬들의 마음에 다시 생채기를 냈다.

하지만 ACB가 지난 12일(한국 시간) 2주간의 리그 일정 연기를 공지하면서 멀린스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스페인은 이미 코로나19 확진자가 9428명을 넘어선데다 사망자는 335명(17일 기준)에 달해 국가 비상사태까지 선포됐다.

레알 마드리드 발론세스토 소속의 한 농구선수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했다. 멀린스는 지난 8일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스페인리그에 데뷔했지만, 3분을 뛰면서 슛 하나를 던지고 어시스트 하나를 기록한 것이 활약의 전부다.

만일 멀린스가 KBL에 돌아오고자 하더라도 자진 계약 파기 전력 때문에 복귀는 어렵다. 원 소속팀이었던 부산 KT가 이적 동의서를 발급하지 않으면 다른 리그에서 뛸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