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통합검색

광고 하나로 존재감 과시한 이정현 "난 천생 '테크노 여전사'인 듯"

머니투데이
  • 김고금평 기자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2020.03.18 05:30
  • 글자크기조절
  • 댓글···

[인터뷰] 뮤직비디오 같은 정수기 광고에 출연한 이정현…‘충격’ ‘대박’ 호평 얻고 재소환된 ‘90년대 아이콘’

가수 겸 배우 이정현은 무대에서 '테크노 여전사'라는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최근 한 정수기 광고에서 그는 영화를 방불케하는 비주얼과 카리스마있는 여전사 이미지로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파인트리 엔터테인먼트
가수 겸 배우 이정현은 무대에서 '테크노 여전사'라는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최근 한 정수기 광고에서 그는 영화를 방불케하는 비주얼과 카리스마있는 여전사 이미지로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파인트리 엔터테인먼트
저녁 뉴스가 끝나고 나오는 광고 한 편에 뒤집어졌다. 이것은 광고인가 뮤직비디오인가. 한류 가수이자 배우 이정현(40)이 출연하는 한 정수기 광고 얘기다. 정수기를 제대로 알리는 문구나 멘트 없이, 오로지 ‘노래’만으로 홍보하는 이색의 끝판왕이다.

그의 데뷔곡 ‘바꿔’와 ‘와’를 연달아 틀어주는 두 편 형식의 광고는 처음 볼 땐 첨단 그래픽으로 무장한 화려한 시각과 테크노 음악의 강렬한 리듬에 끌리고, 두세 번 감상할 땐 자신도 모르게 따라 하는 ‘노래방 떼창’ 효과를 안겨준다.

미래(‘바꿔’)와 과거(‘와’)를 오가며 ‘테크노 무림 여고수’의 활약을 보는 잔재미도 남다르다. 반응은 찬사 일색이다.

“TV에 광고 나오는 거 보고 넋을 놓고 보긴 첨 인듯함” “광고 스킵 안 하고 다 보고 여기(유튜브)와서 또 봅니다. 대박입니다.” “세기말 비트 보소. 지금 나와도 가요계 모두 다 씹어먹는다~!” 같은 호평이 실시간 이어진다.

이제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었는데도 여전히 한결같은 미모와 가창력에 대해서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레트로’ 중년 세대들은 “역시”라는 짧지만 강렬한 한마디를 던지고, ‘뉴트로’ 세대는 “언제 나온 신인이냐”며 검색창을 뒤진다.

‘충격’ ‘대박’ ‘미친’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되는 광고 한 편에 가장 놀란 이는 다름 아닌 이정현이다. 16일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바쁜 스케줄을 소화한 뒤 전화로 만난 그는 “촬영할 땐 몰랐는데, 광고 나간 뒤 ‘실검’에 내 이름이 검색되니 많이 놀랐다”며 “사람들이 알아주고 반가워해 줘서 기쁘다”고 했다.

바디프렌드의 'W정수기' 광고 장면. 이정현은 이 광고에서 '테크노 여전사' 이미지로 나온다. /사진제공=바디프렌드
바디프렌드의 'W정수기' 광고 장면. 이정현은 이 광고에서 '테크노 여전사' 이미지로 나온다. /사진제공=바디프렌드

“5, 6년 전에 데뷔곡 반주를 작곡가 오빠들과 새롭게 편곡했어요. 나중 라이브 할 때 써먹으려고 미리 만들어 둔 건데 이렇게 광고에 쓰일 줄은 몰랐네요. 그 MR(Music Recorded, 녹음반주)에 몇 마디만 개사해서 다시 노래를 불렀어요.”

광고에 쓰인 노래 2곡은 1999년에 나온 데뷔 음반 ‘렛츠 고 마이 스타’(Let’s go my star) 수록곡이다. 오늘의 이정현을 있게 하고 중국 진출의 도화선이 된 곡들로, 20년 만에 광고로 부활한 셈. 정수기를 통해 성수기로 진입한 그는 “이렇게 잊히지 않고 오랫동안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광고에서 그는 사이버 여전사 원더우먼으로 나온다. 그가 과거에 머물든, 미래로 나아가든 가냘픈 체구로 움직이는 미동 하나에 찍힌 카리스마는 당당한 주체라는 그의 신념과 일치하는 요소다.

데뷔 때부터 주체적 여전사의 가치는 흔들리지 않았다. 96년 ‘꽃잎’이라는 영화로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 그는 99년 가수로 데뷔하면서도 ‘남들과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데 앞장섰다.

당시 가요계는 ‘사이버틱’으로 무장한 엄정화가 흐름을 이끌고 있었는데, 이정현이 소속된 회사도 ‘엄정화 복제’로서의 그를 기대했다. 이정현은 “왜 똑같은 걸 해야 하느냐”며 반대했다.

사이버 대신 한국 전통 의상에 전라도 장인이 제작한 부채를 든 동양적 풍모로 무대에 처음 올랐을 때, 회사에서 난리가 났다. 프로듀서는 CD 던지고, ‘화장은 왜 그렇게 했느냐’ ‘부채는 왜 들었느냐’ 등 각종 원성도 쏟아졌다. 그렇게 그의 가수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한 지 3일 만에 CD를 사려는 사람들이 회사 앞에 줄지어 서 있었다.

광고 하나로 존재감 과시한 이정현 "난 천생 '테크노 여전사'인 듯"

“그냥 그땐 노래가 너무 좋았고, 무대에서 제 방식대로 표현하는 걸 행복하게 생각했어요. 제가 원하는 무대를 위해 매일 스케치북에 도면을 그려 음악 PD에게 ‘이렇게 해달라’고 부탁도 많이 했죠. 사실 패션과 음악 모두에서 아이콘의 선두주자가 되고 싶었거든요.”

클레오파트라, 바비인형, 인디언 소녀 등 파격적이면서 때론 엽기적인 무대 매너는 ‘테크노 여전사’라는 독보적 수식어를 갖추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집이든 영화든, 쇼윈도의 옷이든 보이는 건 모두 무대와 연관 짓는다”는 오랜 버릇 역시 20년이 지난 미래 광고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모든 건 ‘계획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는 무계획의 신봉자다.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지 않나요? 그냥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나이 먹을수록 계속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큰 선물 같거든요. 앞으로도 마찬가지예요.”

이정현은 올여름 개봉 예정인 영화 ‘반도’에서도 여전사 이미지로 출연한다. ‘부산행’ 이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제가 살아남은 여자 중 한 명인데, 여전사로 부여받은 역할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테크노 여전사’의 길을 걷는 게 제 운명인가 봐요. 하하하.”

데뷔 25년째를 맞은 가수 겸 배우 이정현. 그는 최근 '테크노 여전사' 이미지로 재조명받고 있다. /사진제공=파인트리 엔터테인먼트
데뷔 25년째를 맞은 가수 겸 배우 이정현. 그는 최근 '테크노 여전사' 이미지로 재조명받고 있다. /사진제공=파인트리 엔터테인먼트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퀴즈 이벤트
머니투데이 기업지원센터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