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예배 강제 금지" '칼 뺀' 이재명 vs '신중한' 정부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임찬영 기자
정경훈 기자

(서울=뉴스1) 최수아 디자이너 = 목사 부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경기 성남시 양지동 ‘은혜의 강’ 교회에서 하룻밤 사이 40명의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시는 지난 15일부터 1일과 8일 예배를 본 신도 135명에 대해 검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사 결과 16일 오전 40명의 신도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8명이 재검 판정을, 나머지 58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날 확인된 확진자 중 타 지역 거주자는 서울 송파구 1명, 부천 2명, 인천 계양구 2명, 서울 광진구 1명 등 6명이다.

경기 성남 소재 은혜의강 교회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규모 감염이 발생하자 교회 예배를 정부가 강제로라도 막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관련한 행정명령을 밀어부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종교 집회를 강제로 금지하긴 쉽지 않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의학계와 법조계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필요한 강제 조치들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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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은혜의강 교회 나올수 있다"…예배 금지 목소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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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기준 성남 은혜의강 교회 관련 확진자는 총 47명이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집단감염 사례다.

이 교회는 정부의 종교행사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예배를 강행, 집단감염을 일으켰다. 은혜의강 교회 외에도 많은 교회들이 정부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예배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제2의 은혜의강 교회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특히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 인근 주민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강제로 교회 예배를 막아주길 원하고 있다. 매주 예배를 강행하고 있는 사랑제일교회에 대해 서울 성북구의 21개 시민사회단체는 서울시와 성북구에 해당 교회의 예배와 집회를 금지해달라는 진정서를 냈다.

구로구 연세중앙교회의 예배를 멈춰달라는 민원도 구로구청에 접수됐다. 연세중앙교회는 출석 교인만 1만5000여명에 이르는 대형 교회로 코로나19로 예배를 자제해줄 것을 정부가 요청했으나 온라인 예배와 동시에 오프라인 예배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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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칼 빼든 이재명, 정부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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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칼을 빼든 건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경기도는 이날 코로나19 감염예방 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교회 137곳에 대해 처음으로 '밀접집회' 제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신천지 예수교회나 확진자가 발생한 시설이 아닌 일반 종교시설에 대해 행정명령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지사는 "집회제한명령을 어길 경우 관련법에 따른 형사처벌과 제한위반으로 발생한 감염 관련 방역비용 구상청구가 불가피 하다"며 "위반 즉시 전면집회금지 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감염병예방법을 근거로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예방조치를 취할 수는 있다"면서도 "헌법에서 보장된 권리를 침해하기 위해서는 강제 조치로 예방할 수 있는 확실한 국민적 이익이 있다는 게 전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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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강제조치 필요하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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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사이에선 비상 시국에 준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에 대해서는 강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쪽이 우세하다. 김탁 순천향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는 "의학적인 관점에서 교회에 모이는 것 자체가 집단 발병의 위험이 된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며 "다른 곳에서는 모임 자체를 안하고 있는데 종교집단이라고 달리 적용해야 할 의학적 이유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교 집단에서 이 같은 행동이 자발적으로 잘 되지 않으면 감염을 막기 위한 강제적 조치나 행정 조치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익인권 분야를 다루는 김준우 변호사는 "감염병예방법 49조가 시도지사, 복지부 장관 등이 집회 제한 금지를 할 수 있도록 돼 있으니 현재 조치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고 했다. 이어 "행정당국에서도 법적 근거를 두고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내린 조치들이 선을 넘었다, 범법이다, 이런 논란은 부적절하다"며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단계이기 때문에 과도한 행정력 행사까지는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의 다른 관계자도 "종교의 자유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헌법 정신"이라며 "현 상황에서 종교 자유만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주 경기도 6578개 교회 가운데 40%인 2635개 교회가 집회 예배를 진행했다. 교회를 제외한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은 예배와 법회를 모두 중단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