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음식점 사장님도 "소상공인 특례보증 거절 당했다"

(대구=뉴스1) 이승배 기자 = 13일 오전 대구시 중구 대구남부 소상공인지원센터가 상담 및 서류 작성을 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2020.3.13/뉴스1

#20년간 음식점을 운영해온 A씨는 얼마 전 정책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소상공인 특례보증'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기존 대출과 연체 이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코로나 여파로 손님 발길이 아예 끊긴 상태로 폐업까지 고려하는 상황"이라며 "긴급 경영안정자금이 기존 대출이 없고, 자금 여력이 있는 자영업자만 받을 수 있다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토로했다.

"받고 보자" 가수요 몰려..정작 필요한 소상공인 '뒷전'정부가 코로나19 여파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위해 긴급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코로나19 피해가 깊을 수 밖에 없는 영세 자영업자 등 금융 취약계층이 정책자금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어서다. 상대적으로 자금여력이 있는 소상공인들이 정책자금에 몰리면서 정작 자금난에 허덕이는 소상공인들이 뒷전으로 밀린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서울지역 한 소상공인은 "주위에 보면 특례보증 대출을 거절당하는 소상공인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면서 "도대체 누가 대출을 받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책자금은 금리가 낮기 때문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많다"면서 "이번 특례보증 대출도 실수요가 아닌 위기에 대비해 실탄을 준비해 놓으려는 가수요가 상당부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상공인은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대출 신청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데다, 가수요까지 겹쳐 대출심사 기간이 더 지체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며 "결국 정부자금을 기다리다 4%대의 금융권 고금리 대출을 받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지 않았는데도 대출을 받아두려는 가수요를 가려내 실제로 긴급자금이 필요한 소상공인이 피해를 입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정부에서도 가수요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당장 해결방안은 없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자금여력이 있는 소상공인이 미리 대출을 받아 놓는 경우도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실수요에 가수요까지 몰리면서 정부의 특례보증 대출 업무에 부하가 걸려 대출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현재로서 실수요와 가수요를 명확하게 구분해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금융위와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를 찾아 한창훈 센터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박영선 중기부 장관의 현장 방문은 지난 12일 발표한 '소상공인 정책자금 집행체계 개선 방안'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자금 신청을 하러 온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직접 듣기 위해 진행됐다. 2020.3.18/뉴스1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금융 취약계층엔 문턱 높아.."신용불량자 전락 위기"까다로운 심사기준으로 대출을 거절당하는 경우도 많아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 구로구에서 공업사를 운영하는 이석민 대원자동차공업사 대표는 지난 12일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월매출이 4분의 1로 줄어들었는데 임대료 등을 다 내고나면 적자"라며 "신용보증재단에 갔지만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두 번씩이나 거절당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카드 연체 한 번만 있어도 신용등급이 떨어지는데 그 등급으로는 대출을 받을 수가 없다"며 "현재 정부가 이야기하는 소상공인 지원대책은 거의 부풀려져 있을 뿐 실제 소상공인에게는 와 닿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B씨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게에 손님이 거의 없어 카드 값과 공과금도 내지 못하고 있다"며 "긴급자금을 신청해도 해결되지 않아 고금리의 캐피탈을 이용했는데 이 조차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