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실직자에 현금, 700조도 안 아깝다' -FT

마틴 샌부(Martin Sandbu)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칼럼니스트가 2017년 4월 2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 회의 패널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AFP

미국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1인당 1000달러(약 124만원)씩을 나눠주겠다고 나선 가운데, 각국 정부가 보다 과감하게, 직접적으로 돈을 풀어서 사람들의 '잃어버린 소득'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득 보전을 위해 현금을 지급하면 소비 증대로 이어져 경기하강의 골을 줄일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마틴 샌부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칼럼니스트는 17일(현지시간) 'Huge fiscal spending is needed to fight the coronavirus downturn(코로나바이러스 경기하강과 싸우기 위해선 막대한 재정지출이 필요하다)' 제하의 사설을 통해 "정부가 신중함은 던져버리고 돈을 엄청나게 많이(massively) 써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재정적자가 2008년 금융위기때 이상으로, 전례없이 커지지 않는다면, 그 정부의 재정정책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샌부 칼럼니스트는 "루이스 가리카노 유럽의회 의원(전 런던정경대 교수)이 제안한대로 각국은 5000억유로(약 681조2300억원) 혹은 EU GDP(국내총생산)의 4% 가량을 써야 한다"며 "5000억유로도 사실 적은 돈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에르-올리비어 구린차스 UC버클리대 교수는 재정정책 규모가 GDP 감소 수치만큼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며 "만약 올해 정부 예산이 한자릿수 적자로 끝난다면 그것은 정부가 위기대응을 위해 너무 일을 안한 것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가난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정책 집행의) '속도'(speed)가 매우 중요하다"며 "과거에 급진적으로 여겨졌던 정책들을 테이블 위에 다 펼쳐야 한다"고 했다.

칼럼에 따르면 전염병과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시적인 공급충격을 가져오지만, 이로 인한 수요측면 영향은 경기침체를 보다 깊고 오래가게 한다. 물건·서비스 주문 감소, 직업과 월급의 감소, 그리고 이것들이 합쳐서 만들어낼 불안으로 인해 사람들은 소비를 크게 줄이게 된다.

그는 "바이러스라는 변수가 아니었다면 사람들이 벌어들였을 소득을 보전해줘야 한다"며 "많은 경제학자들은 공급위축, 인플레이션과 상관없이 사람들의 소득을 유지시켜주는 것만으로 명목 GDP를 떠받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칼럼에 따르면, 홍콩의 사례를 따라 미국 또한 '실물경제를 견인하는 가장 빠른 수단으로'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현금을 쥐어주는 방안을 냈다.

홍콩은 지난달 26일 만 7년 이상 거주한 모든 성인 영주권자 700만명에게 1인당 1만 홍콩달러(약 159만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지급 대상을 저소득층 신규 이민자로 넓혔고, 지급 일정을 7월에서 6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홍콩 정부는 이를 위해 정부 지출액으로 711억 홍콩달러(11조3049억원)를 책정했다.

한편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악화하자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자며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재웅 당시 쏘카 대표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재난기본소득 50만원을 어려운 국민에게 지급해 달라'고 제안하면서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가 가세하면서 논쟁에 불이 붙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