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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점수 높은 구직자가 더 능력있었나?…"타인,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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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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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21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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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타인의 해석’…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면접점수 높은 구직자가 더 능력있었나?…"타인,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
2015년 7월 13일, 미국 텍사스주 교도소에서 샌드라 블랜드라는 28세의 여성이 목매 죽은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체포된 지 사흘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블랜드는 운전 중에 차선 변경 신호를 넣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의 신문을 받았는데 실랑이 끝에 공무원 폭행 혐의로 체포됐다. 백인 남성 경찰과 흑인 여성 운전자의 비극은 낯선 이와 이야기하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오해와 갈등에서 비롯됐다.

우리는 얼마나 타인을 파악하고 있을까. 경찰은 무고한 사람을 체포하고, 판사는 죄지은 사람을 석방한다. 믿었던 외교관은 타국에 기밀을 팔고, 촉망받던 펀드매니저는 투자자에게 사기를 친다.

눈앞의 단서를 놓쳐 피해가 커진 범죄부터 피의자가 뒤바뀐 판결, 죽음을 부른 일상적인 교통단속까지 저자는 우리가 모르는 사람을 안다고 착각에서 비극에 빠진 여러 사례를 보여준다.

우리는 매일같이 타인과 만나고 그를 판단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전문 설계사와 상담한 후에 금융상품에 가입하고 면접을 치른 뒤 직원을 뽑는다. 그래서 그 펀드는 고수익을 냈는가? 면접점수가 높았던 구직자가 더 능력 있는 팀원이었는가? 이 질문들에 하나라도 ‘아니오’라고 답한다면 당신도 타인을 파악하는 데 서툰 사람일지 모른다.

타인을 파악하는 데 서툰 이유로 저자는 3가지 이론을 내세운다. 첫째가 타인이 정직할 것이라는 ‘진실기본값 이론’이다. 인간의 본성과 관련된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진실을 말하는 이를 잘 알아보고 거짓말을 하는 이를 몰라본다. 우리는 진실을 기본값으로 갖고 있는 셈이다. 이 가정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계기가 필요한 데, 그 계기의 문턱은 높다. 그래서 결정적 증거가 나타날 때까지 믿을 수 없을 때까지 믿는다. 부주의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그렇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타인의 태도와 내면이 일치한다고 착각하는 ‘투명성 관념 맹신’이다. 피의자를 만난 판사와 범죄기록만 가진 인공지능 중에 누가 더 보석 결정을 잘할까? 히틀러를 만난 영국 총리 체임벌린과 히틀러의 책만 읽은 후임 총리 처칠 중에 누가 히틀러를 제대로 파악했을까? 판사는 피의자가 반성하는 것 같았고 체임벌린은 히틀러가 평화를 사랑하는 것 같다고 이유를 댔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판사는 기계와의 대결에서 참패했고 히틀러는 전쟁을 일으켰다. 아무 증거가 없는데도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살인자로 몰린 아만다 녹스의 사례도 있다. 사람의 태도와 내면이 일치한다고 착각하는, 투명성에 대한 우리의 맹신을 보여주는 사례다.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고 슬퍼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 타인은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행동과 결합하는 맥락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결합성 무시’다. 우리는 우울증이 심한 사람이 자살한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도시가스가 천연가스로 전환되고 금문교에 자살 방지 구조물이 설치되자 전체 자살 건수가 줄어들었다.

이 통계는 우울한 사람이 자살하는 것이 아니라 자살하기 쉬운 환경에 놓은 사람이 자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캔자스시티의 실패한 범죄 소탕 작전을 예로 들며 범죄가 잘 발생하는 때와 장소가 있다고 말한다. 특정한 행동은 특정한 조건 하에서만 일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전략들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관점과 배경을 이해하고 자신과 다른 타인에게 말을 거는 행위다. 낯선 사람이 아는 사람이 되기까지 치러야 할 대가와 희생이 있다는 얘기다.

타인을 신뢰하는 우리의 본성은 때론 비극을 만들지만, 그 대안으로 신뢰를 포기하는 것은 더 나쁘다. 중요한 건 낯선 이를 해독하는 우리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는 자신한테는 절대 그렇지 않으면서 몇 가지 단서를 설렁설렁 훑어보고는 다른 사람의 심증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고 여긴다”며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알아야 할 단 하나의 진실은 ‘낯선 사람은 쉽게 알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타인의 해석=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영사 펴냄. 472쪽/1만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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