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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통화스와프,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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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23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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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국제질서에서 달러(기축통화)가 없다는 것은 힘이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석유, 식량 등을 살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달러가 없다면 '무력(武力)'은 ‘무력(無力)'이다. 지난 19일 밤에 맺은 한미 통화스와프는 이처럼 달러에 근거한 국제질서와 한국의 열악한 지위를 다시 확인한 사건이다.

‘코로나19’(COVID-19)가 촉발한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세계의 기업과 금융회사는 물론 개인들까지 달러 사재기에 나섰다. 주식, 채권, 금 등을 무차별적으로 던지며 현금화했다.

국내의 경우 외국인들은 지속적으로 주식을 팔았다. 증권사들은 ELS(주가연계증권)에 대한 마진콜(추가증거금 납부 요구)에 달러담보를 대느라 분주했다. 외국계 은행 지점은 시중은행에 달러로 돈 빌려주는 것을 꺼렸고, 일부 시중은행은 달러를 못 구해 사실상 외화대출을 멈췄다.

그 결과 통화스와프가 있던 날 원/달러 환율은 1285.7원(마감가격)으로 급등했고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8.39%, 11.71% 급락했다.

시장은 사상 최대 수준인 외환보유액(4091억7000만달러, 올 2월말 기준)이나 기존 한중 통화스와프 등에는 의미를 두지 않았다. 미국 중앙은행이 급전을 빌려주겠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에야 환율은 급락하고 증시가 반등하는 등 불안심리가 진정됐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한미 통화스와프를 성사시킨 것을 폄하할 이유는 없다. 그것은 그것대로 평가받을 일이다. 하지만 통화스와프는 한국이 절실했던 것 이상으로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와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미국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

 연준은 지난 15일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 영란은행, 캐나다은행, 스위스중앙은행 등과 먼저 기존 달러스와프협정을 확대하고 스와프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그런 뒤 한국·브라질·호주·멕시코·싱가포르·스웨덴 중앙은행과는 600억달러, 덴마크·노르웨이·뉴질랜드 중앙은행과는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진행했다.

 달러빚이 많은 신흥국에서 달러가 마르면 미국 금융회사들이 빌려준 돈을 떼일 수 있고 이는 곧 국제금융시스템을 위태롭게 한다. 따라서 자국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금융시장의 충격을 덜기 위한 카드를 꺼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사설에서 한국과 호주·중국·대만·홍콩 등과 통화스와프를 주장한 데 이어 한국과 브라질 등과의 통화스와프 재가동을 강조한 데서 이런 정황은 잘 드러난다.

 그러므로 통화스와프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에게 보낸 손편지나 이주열 한은 총재의 핫라인 덕분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건 부분적 진실일지언정 핵심은 아니다. 한국당국의 의지나 협상력보다 세계 10위인 GDP(국내총생산) 규모와 지정학적 위치가 더 고려된 것은 위기 때마다 반복된 일이다. 부차적인 것으로 본질을 가려선 안 된다.

 통화스와프 직후인 지난 20일 달러인덱스가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렀고, 미국 금융시장도 여전히 불안정했다. 통화스와프는 실마리를 찾은 것일 뿐 문제를 해결한 게 아니다. 달러 유동성 부족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통제할 수 없는 일이고 이는 국가의 운명을 자력으로 결정할 수 없음을 뜻한다.

[광화문]통화스와프, 그 이후
 전세계적 기업 줄도산과 실업, 개인파산 등의 공포는 코로나19가 정점을 치고 꺾일 때까지 줄어들기 쉽지 않다. 오히려 역병을 반영한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금융시장은 출렁거릴 것이다. 중국과 이탈리아 등은 전염병 확산뿐 아니라 경제적 위기를 전염시킬 취약한 고리로 남아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한계 속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대외적으로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되살리고 국내 자금시장에서 돈줄이 막히지 않도록 원화유동성을 지나칠 만큼 과감하고 충분하게 공급하는 것이다. 채권·증권시장안정펀드 등 금융당국이 준비한 모든 수단을 빠르게 써야 한다. ‘속도’가 ‘능력’이다.



  • 강기택
    강기택 acekang@mt.co.kr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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