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박사' 조모씨, 신상공개해도 얼굴 못본다?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내용의 영상물을 공유하는 ‘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일명 ‘박사’로 지목되는 20대 남성 조모씨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수십명 여성을 성 착취한 텔레그램 n번방, 일명 '박사'에 대한 신상공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신상공개가 이뤄져도 '박사' 조모씨의 얼굴을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경찰은 오는 24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씨의 얼굴, 이름 등 공개 여부를 논의한다. 신상공개가 이뤄지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법)으로는 첫 사례다.

다만 경찰이 신상공개를 해도 조씨의 실제 얼굴을 보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피의자가 스스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거부하면 경찰로서는 강제할 수 없어서다.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경찰은 신상공개 피의자 얼굴 공개시 얼굴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해서는 안된다. 얼굴을 가리지 않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고개를 들어라" 정도의 권고만 가능한 셈이다.

앞서 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는 조씨의 마스크 착용 모습이 그대로 노출됐다. 신상공개가 이뤄져도 이 정도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지난해 여름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고유정(37)의 신상공개에서 '무용론'이 있었던 것과 비슷한 사례다. 포토라인에 선 고유정은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등장했다.

최근 코로나19(COVID-19) 감염 차단을 위해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 된 것도 조씨 얼굴 공개에 어려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경찰도 수사기관 내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마스크를 강제로 벗기기는 어렵다.

정부가 피의자 인권보호 명분으로 포토라인을 없앤 것 역시 신상공개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검·경 포토라인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피의자는 없다.

한 경찰 관계자는 "조씨가 저지른 범죄는 심각하지만, 스스로 얼굴을 들지 않으면 (얼굴 공개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n번방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게시글의 동의가 역대 최다인 400만명을 넘어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