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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화상회의·재택근무·유연근무제…일터를 바꾼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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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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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근무혁신 '코로나 뉴노멀'

[편집자주] 정부가 1997년부터 아무리 도입하려해도 정착하기 쉽지 않았던 재택근무, 시차출근제를 비롯한 유연근로제.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속히 확산된다. 감염병에 대한 공포가 일상을 바꾸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코로나19가 기업의 근무혁신을 불러일으키면서 이전과 다른 새로운 기준 이른바 '코로나 뉴노멀'을 만들고 있다. 


코로나 나비효과…재택근무·시차출근제 '근무 혁신'


대동공업의 직진 자율주행 이앙기.
대동공업의 직진 자율주행 이앙기.
#. 대동공업은 대구에 본사가 있는 국내 최대 농기계 업체다. 트랙터·이앙기와 같은 주요 농기계 수요는 농사철의 시작을 알리는 경칩(3월5일)이 지나면서 늘기 때문에 이 시기에 논의할 게 많지만,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사원들에게 '출장 자제령'을 내렸다. 원래는 서울 영업파트 사원들이 대구 생산파트 사원들과 만나 생산 계획 등을 점검하는 회의를 자주 가졌지만 이젠 화상회의로 대체한다. 연중 가장 바쁜 시기임에도 사원들의 이동·대면 접촉은 줄이는 색다른 방식으로 회사가 돌아간다.

#. 서울 종로에 본사를 둔 삼화페인트도 전통적 근무 방식을 탈피하고 있다. 평촌에 위치한 연수원에 '스마트워크센터'로 꾸려 본사 사무직들이 교대로 재택 근무에 들어가거나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업무를 보도록 했다. 직원 안전을 고려해 본사 '인구 밀도'를 최대한 낮추면서도 업무 효율을 갖출 수 있도록 출근 장소를 선택토록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그간 도입이 더뎠던 재택근무, 화상회의, 유연근무제 등이 확산되며 일터의 변신이 가속화하고 있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웃지 못할 말이 회자될 만큼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근무 체계의 혁신이 거짓말처럼 시작됐다. 이른바 '코로나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 등장한 것이다.

◆ 유연근무제 간접노무비 신청 늘어…재택근무가 핵심

[MT리포트] 화상회의·재택근무·유연근무제…일터를 바꾼 코로나19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유연근무제 지원절차 간소화 지침 시행 이후 지난 5일까지 426개 사업장의 6241명의 근로자가 유연근무제에 따른 간접노무비 지원(지원대상은 중견·중소기업)을 신청했다. 올 들어 지난달 24일까지 243개 사업장 1710명의 근로자가 신청했던 것이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신청 실적을 유형별로 보면, 재택근무 3192명(59.6%)으로 가장 많았다. △시차출퇴근 1913명(35.7%) △선택근무 217명(4.1%) △원격근무 32명(0.6%) 등의 순이었다.

◆ 비대면 온라인 근무 장기 확산될 것…"피할 수 없는 지금이 적기"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2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잡화매장 상인이 썰렁한 거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2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잡화매장 상인이 썰렁한 거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이같은 유연근로제가 이미 대세로 떠오른 온라인 경제에 이어 뉴 노멀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엔 마트에서 장을 보고 가끔 온라인으로 구매를 했지만 지금은 반대로 마트를 가끔 가게 된 것처럼 결국 근무 방식도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변화를 맞을 수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미래의 막연한 그림으로 여겨졌던 변화들을 일상에 확산 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업들은 유연근무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보다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도 함께 필요하다고 본다.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은 코로나 19 사태극복을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도의 단위기간 연장, 주 52시간 근로 예외 확대 등을 건의하는 긴급제언을 지난 17일 내놨다.

직장인들은 돌연 시작된 재택근무를 일시적 조치일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지만, 전문가들은 비대면 접촉 근무가 장기적으로 대세가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주영섭 고려대 석좌교수(전 중소기업청장)는 "비대면 온라인 사회, 온라인 경제는 메가 트렌드 중에 하나이며 현재는 (근무체계의 변화 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도입에 적기인 상황인 측면도 있다"며 "지금 연습하고 훈련하고 변화해 나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과로사회' 바꾸자던 한국…재택근무·시차출퇴근제 실시 24년 걸렸다


(서울=뉴스1) 최수아 디자이너 =
(서울=뉴스1) 최수아 디자이너 =

오전 9시~오후 6시와 직장 내 사무실. 고정적인 근무 시간·장소는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은 월급쟁이들의 근로 형태였다. 정부가 틀에 박힌 일하는 형식을 깨뜨리려 해도 회사와 직장인은 꿈쩍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기업 근무 방식은 확 바뀌었다. 코로나19(COVID-19)가 변화의 물꼬를 튼 셈이다.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유연근무제는 노동자가 개인 사정에 따라 근무 시간·장소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제도다. 1997년 3월 제정된 근로기준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강 연기와 재택 근무가 시행중인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근처 한 커피전문점이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0.3.17/뉴스1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강 연기와 재택 근무가 시행중인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근처 한 커피전문점이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0.3.17/뉴스1

◆ 유연근무제, 과로사회 탈피 위해 도입했지만…

정부는 장시간 노동으로 붙어진 '과로사회'라는 오명을 탈피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일의 질을 양보다 우선해야 창의적인 사고가 가능하다는 판단도 했다. 정부는 유연근무제가 보편적인 근로 형태로 자리 잡은 미국·유럽을 따라잡기 위해 정착 노력을 했다.

유연근무제 대표 유형은 △근로시간 단축근무제 △시차출퇴근제 △선택적 근무시간제 △재택 및 원격 근무제 △탄력적 근무제 등으로 나뉜다. 노동자는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집에서 일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또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특정 요일 업무 시간을 늘리거나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유연근무제를 실시한 지 24년이 지났지만 도입률은 저조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8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를 보면 사업주가 가장 많이 도입한 유연근무제는 시차출퇴근제였다. 하지만 도입 비율은 17.2%에 그쳤다. 이어 시간선택제(13.4%), 재택근무(4.5%), 원격근무제(3.5%) 순이었다.

◆ 독일보다 82일 더 일하는 한국

기업은 유연근무제 시행에 따른 비용 부담, 노동자는 임금 삭감 우려로 도입을 반기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서구권 국가와 비교하면 낮은 유연근무제 도입률은 더 도드라진다. 미국(2014년)의 시차출퇴근제, 시간 선택제 도입률은 각각 81.0%, 36.0%다. 유럽(2013년)의 같은 제도 도입률은 각각 66.0%, 69.0%다.

그러다 보니 유연근무제 도입 취지였던 장시간 노동도 해소되지 않았다. 2018년 기준 한국의 연 근로시간은 1967시간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가장 오래 일하는 축이다. 미국(1792시간)보다 200시간 가까이 많고 독일(1305시간)과는 662시간 격차 난다. 하루 8시간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독일보다 82일 더 일하는 셈이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공적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직장 밀집 구역에 위치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마스크 5부제에 따라 출생연도 끝자리가 1·6이면 월요일, 2·7 화요일, 3·8 수요일, 4·9 목요일, 5·0은 금요일에 살 수 있으며 평일에 구매하지 못했다면 주말 중 하루를 골라 살 수 있다. 2020.3.9/뉴스1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공적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직장 밀집 구역에 위치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마스크 5부제에 따라 출생연도 끝자리가 1·6이면 월요일, 2·7 화요일, 3·8 수요일, 4·9 목요일, 5·0은 금요일에 살 수 있으며 평일에 구매하지 못했다면 주말 중 하루를 골라 살 수 있다. 2020.3.9/뉴스1

◆ 코로나19로 유연근무제 20배 급증

하지만 최근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 24일까지 고용부에 유연근무제 간접노무비 지원을 신청한 기업과 노동자는 하루 평균 각각 4.4개, 31명이었다. 코로나19 충격이 가시화된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신청 기업, 노동자는 각각 55개, 809명으로 급증했다.

위기상황 대응용이긴 하나 유연근무제가 기업의 근무 형태로 정착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증소·중견기업의 유연근무제 도입을 유도하기 위해 간접노무비를 지원하고 있다. 노동자 한 명이 주 1~2회, 주 3회 이상 유연근무제를 사용하면 각각 5만원, 10만원을 받는다.

고용부 관계자는 "경제 수준에 맞게 일하는 방식도 혁신해야 하는데 코로나19 발생 이후 유연근무제를 선택하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며 "유연근무제 활용 기업은 인센티브 부여, 금리우대, 정부지원사업 가점 등 혜택을 받는데 민간이 자발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사업주나 노동계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담·기성훈 기자



'회식 자제령' 내렸더니…'저녁이 있는 삶'이 시작됐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 요즘엔 젊은 세대가 싫어하기 때문에 음주 회식은 잘 안한다. 가끔해도 말은 아끼고, 계산만 하고 일찍 자리를 뜬다. 1, 2, 3차로 이어지는 술자리는 없어진지 오래다. 1차도 간단히 하거나 문화생활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 이후에는 회식을 잡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젊은 세대가 회식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신경 쓰인다" (금융기관 A씨)

직장인들 회식자리에서 고기 굽고, 술을 마시는 이른바 '음주회식'은 낯선 광경이 되고 있다. 뉴노멀 시대(기존 표준의 붕괴)로 접어들고 그 한 가운데 있는 밀레니얼세대의 권위적·일방적 회식 문화에 대한 거부감도 한몫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직장인들 회식하는 풍경도, 문화도 더 진화되는 모양새다. 어떤 정책도 해내지 못한 '저녁이 있는 삶'을 구현해 냈다는 '웃픈'(우습고, 슬픈다는 신조어) 얘기도 나온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 음주회식 이후 2차는 노래방이라는 일상이 사라졌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회식문화 자체가 없어지는 분위기다. 소규모집단 감염이 우려돼 회사마다 회식 자제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 직장인 5명 중 1명 코로나로 '회식 취소'…10명 7명 회식 '스트레스'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알바앱인 '알바콜'이 올해 2월 직장인 66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직장 풍경'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4명이 회사근무가 바뀌었다고 대답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근무 변화 중△'해외출장'(16.1%) △'국내출장'(13.2%)을 연기 또는 취소 했다는 비율이 합쳐 29.2%로 가장 많았다. 이어 △'회식'(20.3%), △'사내회의'(16.3%)가 순위에 올랐다. 직장인 5명 중 1명꼴로 회식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단일 주제로 따지면 '회식' 순위가 가장 높다.

사무실 인근 저녁 시간대 식당이나 술집을 들여다보면 빈 자리를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코로나19와 무관치 않다.

서대문역 인근에서 요식업을 하는 B씨는 "가게 규모가 커도 저녁이면 예약을 해야 자리를 잡을 수 있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없어도 너무 없다"며 "코로나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넓은 가게에는 딱 두 자리만 손님이 있을 뿐이었다.

이 같은 사회분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음주회식'을 고집하는 이들도 있다. 단지 최근 코로나로 인해 회식이 주춤할 뿐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밀레니얼 세대의 음주회식 거부감에도 과거 회식 문화에 익숙한 상사로 인해 피할 수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20, 30대 직장인 79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10명 중 7명이 '회식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70.8%)고 답했다.

스트레스의 주 이유로는 '늦은 귀가'(25.9%), '자리가 불편'(23.8%), '재미없음'(17.3%), ‘자율적인 참여 분위기 아니다'(16.7%), '회식이 잦다'(5.6%)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회식 문화 자체가 바뀌고는 있지만 아직 기존 문화도 상존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 "회식·사내 동호회 전면 금지"…삼삼오오 소규모 회식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국내 자동차 대기업에 다니는 B씨는 "요즘 문화 자체가 회사내 회식을 선호하지 않다보니 뜸한 건 사실"이라면서 "근데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아예 회식의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B씨에 따르면 회사에서 회식 자체를 금지시킬 수는 없지만 자제하라는 주문이 있는 만큼 회식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것.

국내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다니는 C씨도 "회사에서 팀마다 한달에 한번 회식을 하라고 비용을 주는데 전면금지령이 떨어졌다"며 "회식 뿐 아니라 사내 동아리활동 등도 코로나가 종결될 때까지 모임을 금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 분위기가 있다보니 식사를 할 때도 아무래도 최대한 직원끼리도 떨어져 식사를 하게 된다"면서 "친한 직원들과 술 한잔 하려해도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B씨, C씨 모두 가끔 친한 지인들끼리 삼삼오오 음주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에서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만남을 갖거나 회사 내에서 저녁약속이 있다고 말하기는 꺼린다고 전했다.

오세중 기자



"대기업 친구는 재택 한다는데…" 유연근무제는 평등하지 않다


#. IT(정보기술) 대기업 직원 A씨는 최근 2주 동안 재택근무 중이다. 코로나19(COVID-19) 확산 우려 때문이다. 평소보다 여유롭게 아침 식사를 하고 A씨는 서재에 있는 컴퓨터를 켜고 업무를 시작한다. A씨는 "사람이 북적이는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 하는 스트레스가 사라졌다"고 웃었다.

#. 중소 제조업체에 다니는 B씨. B씨는 출퇴근 길이면 어김없이 마스크를 쓴다. 혹시나 모르는 코로나19 감염 걱정에서다. 그 역시 재택근무를 하고 싶지만 소규모 인력이 일하는 회사 사정상 한 사람만 빠져도 업무 공백이 크다. 게다가 재택근무를 위한 시스템도 갖추기 어렵다. B씨는 "불안감이 있지만 대기업 직원들처럼 재택근무를 할 여유가 없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기업들이 기존 공간을 벗어나 다양한 일하는 방식의 실험을 하고 있다. 재택근무, 시차출근제, 선택근로제 등 유연한 근무체계를 진행하고 있는 것.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e)’를 실천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MT리포트] 화상회의·재택근무·유연근무제…일터를 바꾼 코로나19

이같이 코로나19로 인한 근무형태 혁신 과정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은 재택근무 실시에 소극적이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이달 초 기업 1089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0.5%가 이미 재택근무를 하고 있거나 실시할 계획으로 집계됐다. 기업 유형별로 살펴보면 대기업은 60.9%에 달했고, 중견기업도 절반이 넘는 50.9%였다. 재택근무 시스템 구축 등이 어려운 중소기업은 36.8%였다.

업종별로는 금융·보험이 73.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정보통신·IT(58.8%), 석유·화학(55.6%), 전기·전자(50.0%) 순이었다. 반면 업종 특성상 현장 근무가 많아 현실적으로 재택근무가 어려운 기계·철강(14.3%), 건설(20.8%), 제조(29.7%)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이 최근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감염되는 등 콜센터 감염위험이 크게 부각되자 지난 12일 희망자를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했다./사진=뉴스1
SK텔레콤이 최근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감염되는 등 콜센터 감염위험이 크게 부각되자 지난 12일 희망자를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했다./사진=뉴스1

비정규직 상황도 비슷하다. 재택근무는 먼 이야기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 사례처럼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도급받은 하청 콜센터의 근무환경은 열악하다.

코로나19에도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는 환경에 노출돼 있는 콜센터 노동자들은 전염병에 대비해 재택근무 등 매뉴얼도 없다. 붐비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걱정은 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일종의 '위험의 외주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은 "전염성이 높은 질병을 예방하려면 재택근무 시스템을 구축하는 준비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원청에서 받는 도급 단가에서 인건비를 따먹는 구조인 콜센터가 이런 준비를 할 리 없다"고 지적했다.

기성훈·박경담 기자



"시간 절약" "일 늘어났다" 재택근무 한 달, 직원들 반응은…


[MT리포트] 화상회의·재택근무·유연근무제…일터를 바꾼 코로나19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주요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도입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다. 여기에 정세균 총리가 '사회적 거리두기' 협조를 당부하며 뒤늦게 정부부처도 재택근무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재택근무는 업무 성과와 효율에 따라 좋아하는 직원도 있고, 빨리 끝나기만 바라는 직원도 있다.

코로나가 직장생활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긍정적 평가가 들리는가 하면 소통 부재에 따른 업무 효율 저하를 우려하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다.

현재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주요 대그룹은 계열사별 상황에 따라 재택근무 대상과 기간을 탄력적으로 정해서 실시하고 있다. 같은 회사여도 팀별, 업무별로 재택근무 여부가 달라지기도 한다.

대부분 회사들은 매주 금요일에 코로나 확산 상황을 지켜보며 다음주 재택근무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자녀를 둔 직원들은 아예 초·중·고 개학 시기까지 재택근무를 계속한다는 곳도 있다.

◆ 화상회의로 문제 해결, 초기 혼란은 넘어서

재택근무에 나선 직원들은 처음에는 보안서류 확인 같은 시스템 구축 혼란기를 겪게 된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 절약을 통해 얻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재택 근무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대기업 과장급 한 직원은 "미래 근무 환경에 대한 사전 대응이라고 생각한다"며 "도입 초반에는 어색했지만 다들 적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주요 기업에서 '화상회의'가 빠르게 자리 잡는 모습이다. 삼성SDS가 이달 초 이스라엘 기업과 화상으로 업무 협약을 체결한 것이 단적인 예다.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수시로 화상회의를 한다"며 "재택 근무 단점이 많이 보완된다"고 말했다.

◆ 모든 업무 온라인으로 하니 "일 많아졌다" 불만

그런데도 재택근무는 업무 한계가 분명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삼성전자LG전자, 현대차는 상반기 신제품 기자간담회 등 각종 오프라인 행사를 전부 취소한 상태다.

신제품 출시 행사조차 평소대로 할 수 없게 되자 오히려 마케팅 부서는 더 분주해졌다. 현대차그룹은 신차 출시를 오프라인 간담회 대신 온라인 공개로 전환하고 있다. 기아차도 온라인 토크쇼 형식을 빌려 신형 쏘렌토를 출시 행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업무가 더 많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대중 행사를 준비하지 못하니 온라인으로 홍보해야 하는데 이를 기획하는 게 쉽지 않다"며 "업무가 더 늘어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 "2부제가 좋은 대안" 목소리도

서울 구로구 콜센터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밀집건물 감염 우려가 커지자 1주일 단위로 재택근무를 재연장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른 보안문제는 또 다른 골칫거리다.

한 디스플레이 업체는 VPN(가상사설망)을 통해 사내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해야만 인트라넷 접속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노트북 화면에 직원 이름과 사번이 워터마크로 표시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대외비 유출 문제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와 논의한 내용 등의 중요 자료는 한 번 유출되면 그걸로 끝"이라며 "집에서 대외비 문서를 다루기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택근무에는 '효율성 저하'라는 꼬리표도 따라다닌다. 부서나 팀간 의사소통이 바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재택근무에는 업무량의 한계가 있다. 때문에 기업 상황별로 2부제 또는 당번제가 재택근무의 대안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격일로 교대 재택근무를 하는 제도를 3주째 시행 중"이라며 "한 번씩 회사에 들어가니 집에서 할 수 없는 업무를 챙길 수 있어 2부제 또는 당번제가 효율성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혁·박소연·이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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