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공동으로 관리한 부부, 가정폭력 피해 적어"

제공=여성가족부

여성 10명 중 1명이 결혼 후 배우자로부터 폭력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함께 재산 관리를 하는 부부가 남성 혹은 여성 한 명이 경제권을 쥔 부부보다 가정폭력 경험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는 26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9060명으로 대상으로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실시한 '2019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번에 조사한 '배우자에 의한 폭력'은 배우자로부터 신체적, 성적, 경제적, 정서적 폭력 중 하나라도 경험한 적이 있는 경우로 중복피해도 포함돼 있다.

조사 시점 기준으로 지난 1년간 여성이 배우자로부터 폭력 피해를 입은 경우는 10.3%로 2016년 12.1%에 비해 1.8%포인트 감소했다. 유형별로는 정서적 폭력(8.1%)이 가장 많았고 성적(3.4%), 신체적(2.1%), 경제적(1.2%) 폭력 순이었다. 같은 기간 남성이 배우자로부터 당한 폭력 피해는 6.2%로 2016년 8.6% 대비 2.4%포인트 줄었다.

배우자에 의한 폭력은 '재산 관리' 의사결정권자가 누구냐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공동으로 재산을 관리하는 부부가 신체적(1.6%), 성적(4.0%), 경제적(0.8%), 정서적(7.6%) 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남성 주도로 재산을 관리하는 부부 중 여성이 신체적(4.8%), 성적(5.0%), 경제적(5.1%), 정서적(11.7%) 폭력을 경험한 비율보다 낮았다.


배우자의 폭력이 처음 발생한 시기는 '결혼 5년 이후'가 여성(46.0%)과 남성(58.0%) 모두 가장 많았다. '결혼 후 1년 이상 5년 미만'이 여성(30.0%)과 남성(20.7%) 모두에서 뒤를 이었다.

배우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이유로는 '나를 무시하거나 내 말을 듣지 않아서'가 여성 63.6%, 남성 63.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의무와 도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라는 이유도 여성 20.2%, 남성 15.5%에 이르렀다. 폭력을 경험할 당시 여성은 '별다른 대응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답변이 48.3%로 가장 많았고, 남성은 '배우자에게 맞대응했다'는 답변이 43.6%로 다수를 차지했다.

배우자에게 폭력을 당한 당시에 그 이후에 피해자 10명 중 9명 가까이(85.7%)가 경찰이나 여성긴급전화, 가정폭력상담소 등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었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비율은 2.3%에 불과했는데 '폭력이 심각하지 않아서'가 32.8%, '그 순간만 넘기면 되어서'가 26.2% 등이 이유다.

한편 만 18세 미만 아동을 양육하는 사람 중 지난 1년간 아동 학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7.6%에 달했다. 65세 이상 노인이 자녀, 사위, 며느리, 손자녀 등으로부터 폭력과 방임 중 하나라도 경험한 비율은 3.8%로 2016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가정 폭력에 대한 인식은 전반적으로 높아져 '가정 안에서 해결해야 할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응답이 81.5%에 달했다. '이웃의 아동학대를 목격하면 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응답은 94.7%에 이르렀고 '이웃의 부부간 폭력을 목격하면 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응답도 88.3%다.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 피해 경험률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국민 의식 수준이 나아지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보였다"면서도 "여전히 폭력을 당한 후에 가족이나 친구 등 사적관계에 도움을 청하는 비율이 높아 공적 지원기관의 접근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