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개발하려는 '가정용 진단키트', 전문가는 말리는 이유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 인근 물류창고에 UAE로 수출 예정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키트가 보관돼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사진=/외교부 제공, 뉴스1

영국 정부가 혈액 한 방울로 바이러스 확진 여부를 진단하는 가정용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단키트 개발에 나섰다. 의료진이 있어야만 검사가 가능한 현재 진단방식으로는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세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가정용 검사 키트의 정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개인 혈액 검사 키트를 시험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음주 중 국민들에게 배포하는 것이 목표다. 영국 정부는 테스트기가 원활히 작동하면 전염병으로 인한 혼란과 각종 봉쇄 조치를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매트 핸콕 영국 보건부 장관은 혈액 한 방울로 바이러스 확진 여부를 알 수 있는 검사 키트를 350만개 구입했다고 밝혔다. 길다란 면봉을 이용해 검사하는 지금의 방식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24시간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 샤론 피콕 영국 국영 감염국 국장은 영국정부가 옥스퍼드 대에서 이 테스트 키트의 여러 버전을 실험할 것이라고 전했다.

보건부는 테스트 진행 방법에 대해선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버밍엄 대학교의 면역 치료 연구소장인 데이비드 레이스는 "해당 테스트 키트는 우리에게 바이러스 여부를 알려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검사는 당뇨병 검사와 유사한 방법으로, 손가락을 찔러 나온 혈액 한 방울로 검사할 수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 테스트기가 성공적으로 작동한다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어떤 일에서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만한 중요한 역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가정용 바이러스 검사 키트에 의문을 제기한 전문가들도 많다. 영국의 최고 의료 책임자인 크리스 휘티는 "검사를 하지 못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이 부정확한 검사"라며 "(검사 키트는) 인터넷 쇼핑 상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전문가가 아닌 국민들이 검사 키트를 사용해 어떻게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격리 조치 해제 승인은 어떻게 낼 것인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스위스 비영리 재단에서 질병 진단 연구를 해 온 삼페스 박사는 "내가 아는 한 의미있는 방식으로 평가된 홈 모니터링 테스트는 없다"며 "이번 테스트기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잘못된 희망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혈액에서 항체가 검출되려면 최소 증상이 시작된 후 3~4일이 걸리는데, 사람들이 만약 증상이 발생한 즉시 검사한다면,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도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았다고 잘못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