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이상 사망률 18%…"고위험군 특별관리대책 필요"

30일 0시 기준 코로나19 연령별 사망자 현황/사진=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국내 80세 이상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의 사망률(치명률)이 18%를 넘어섰다. 사망률 추이도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감염병 방역의 성패 여부가 사망률에 달려 있는 만큼 이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80세 이상 사망률 한달새 4.9배 높아져30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총 누적 확진자 수는 9661명이고, 사망자 수는 158명이다. 사망률은 1.64%다.

80세 이상 확진 환자의 사망률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80세 이상 사망률은 18.3%다. 80세 이상 사망률이 3.7%를 기록했던 지난 2일과 비교하면 약 4.9배 높아진 수치다.


최재욱 고대의대 예방의학과교실 교수는 "코로나19 방역 정책의 성과는 결국 확진자 숫자가 아닌 사망률로 평가될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장기화할수록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요양시설 집단감염이 열쇠의료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무엇보다 요양병원, 정신병원 등 고위험군이 많은 요양시설의 집단감염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앞서 집단감염이 일어난 청도대남병원의 경우 확진자 113명이 발생했고, 이중 7명이 사망했다. 장기 입원으로 면역기능이 저하된 정신질환자의 경우 연령과 상관없이 20% 이상까지 치사율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이후에도 한사랑요양병원, 대실요양병원, 제이미주병원 등에서 집단감염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한사랑요양병원과 대실요양병원 관련 확진자는 각각 110명, 91명에 달한다. 대실요양병원과 같은 건물에 있는 제이미주병원에서는 79명이 감염됐다.


김우주 고대구로 감염내과 교수도 "요양병원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하다보니 80대 이상 사망률이 올라갔다"며 "대부분이 기저질환이 있고, 발견됐을 때는 이미 병이 진행된 상황이라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중한 환자들이 많은 만큼 한동안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요양시설 모니터링 시스템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요양원 같은 곳의 감염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며 "요양시설 감염관리 가이드라인, 모니터링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27일 오후 대구 달성군 관계자들이 50여 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다사읍 제2미주병원 건물 주변에 방역을 하고 있다. 2020.3.27/뉴스1

고령자 위한 예방수칙 만들어야또 전문가들은 방역당국이 80세 이상 고령자, 고령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특화된 코로나19 예방수칙을 만들고 이를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증 환자가 갑자기 늘어날 때를 대비해서 호흡기 장비도 미리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국에 에크모(ECMO·체외막산소화장치)와 인공호흡기 수는 각각 350개와 9823개다. 확진자가 가장 많은 대구에는 에크모 19개, 인공호흡기 573개가 있다. 지난 27일 기준 대구에서는 에크모 10개, 인공호흡기 40개를 사용 중이다.

김 교수는 "아직까지는 에크모, 인공호흡기 등이 부족하지 않지만, 이탈리아처럼 환자가 급증할 경우 부족해질 수 있다"며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