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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홍남기의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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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0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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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논의 끝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확정됐다. 소득 상위 30%를 제외한 1400만 가구에 가구당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중산층까지 현금성 지원을 하는 사실상 첫 사례가 됐지만 모두가 만족스럽지는 않은 모양이다.

대기업 임직원 가구나 맞벌이 가구는 세금은 꼬박꼬박 내고 혜택에서 배제돼 불만이다. 여당은 최초 추진하던 규모의 5분의1도 안되게 결정되자 떨떠름한 분위기다.

당초 여당은 국민 80%에 1인당 100만원, 총 50조원을 지원할 것을 추진했다.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를 누른 이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만약 여당이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책임은 오롯이 홍 부총리가 져야 할 상황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앞서 1차 추경 과정에서 홍 부총리의 보수적인 재정 운용이 성에 차지 않자 해임안을 건의하겠다고 했을 정도다.

미국은 2조2000억달러(약 27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를 쓰는 데 우리는 왜 주저하는가. 홍 부총리는 어쩌다 악역을 맡았나. 테크노크라트다운 우직함으로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홍 부총리는 경제 활력을 위해 재정의 역할을 중시하는 입장이지만 한편으로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전인 올해 초만 해도 한국형 재정준칙을 수립하겠다는 열의에 넘쳤다. 재정준칙은 선심성 지출을 남발하는 정치적 외풍을 막아 안정적인 재정을 설계할 수 있게 해 주는 좌표다. 그만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통한 안정적인 성장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재정건전성을 우려할 여유가 있느냐는 반론은 가능하다. 하지만 재정이 300억원만 투입돼도 예비타당성조사를 해 비용 대비 효과를 분석하는데, 수십조원을 쓰자고 하면서 어떤 효과를 불러올지 제대로 된 논의가 있었는지는 따져야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줄어든 소득을 보전해 소비를 촉진하자는 게 정치권과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재난기본소득의 명분이다. 이런 상황 판단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소득이 없어 소비를 못한 게 아니라 반대로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비를 하지 못해 소득이 줄었다고 보는 게 옳다.

코로나19가 언제든 다시 급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소득을 보전해도 박차고 나가 소비를 할 수 없다. 유가가 1970년대 수준으로 돌아가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효과가 있지만 소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증권사에 맡겨 놓은 투자자예탁금이 45조원으로 역대 최대이고 주식거래 활동계좌가 이달 들어 3000만개를 돌파할 정도로 오히려 소비하지 못한 돈이 넘쳐난다. 일본 등의 사례를 봤을 때 쿠폰이나 상품권으로 받더라도 ‘깡’ 등을 통해 현금화가 가능하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저축을 늘리거나 주식예탁금만 쌓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돈 받은 사람의 기분은 좋겠지만 줄을 잡아당기지 않고 '미는'(pushing on a string) 게 될 수 있다. 표가 아닌 경제가 궁극적인 목표라면 피해가 가장 심각한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위주로 더 두텁게, 더 신속하게 지원하는 게 급선무다.

우리의 재정상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라는 것 또한 정태적인 생각이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처음으로 40%를 돌파할 게 확실시되는데, 지금이 바로 재정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시점이다.

일본은 국가채무비율이 1993년 처음 40%를 돌파했는데, 10년 후인 2003년에는 124.03%에 달했다. 급속한 상승의 배경에 인구구조 변화가 있다는 데 이론이 없다.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1993~95년을 고점으로 줄어들었고, 1997년엔 65세 이상 인구가 14세 이하 인구를 추월했다. 일할 사람은 줄어 세금 낼 사람은 줄어든 반면, 복지 지출은 급격하게 늘어나 재정 건전성이 악화 일로를 걸었다.

한국은 시차를 두고 일본의 뒤를 그대로 밟는다. 고령인구가 2016년 처음으로 유소년 인구를 추월했고, 2017년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했다. 일본은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어선 1993년 이래 한 번도 재정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는데, 남의 얘기가 아니다.

재정건전성은 한 번 나빠지면 되돌릴 수 없다. 국가의 빚이 증가하는 데도 세계 8대 불가사의라는 '복리의 마법'이 작용한다.

채무를 줄이려면 우선 긴축을 생각할 수 있다. 저소득층에게 더 이득이 갈 수 있게 설계된 재정지출 구조상 긴축으로 불리해지는 이들은 저소득층이다. 곧 분배의 문제이기 때문에 긴축을 공론화하는 간 큰 정치인은 살아남기 힘들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증세인데, 세율을 인상한다고 반드시 세입이 늘어나진 않는다. 경기 활황 여부에 따라 세수는 증감하는 것이어서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청구서는 금방 날아든다. 당장 2년 뒤 대통령 선거 때 돌려막을 카드조차 없게 될 상황을 어떤 이가 막았다는 걸 정치권은 기억해야 한다.

[광화문]홍남기의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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