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기로 250명 데려간다'는 몽골정부, 불법체류 자국민은 나몰라라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지난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에서 체류중이던 불법 체류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몽골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에 전세기를 투입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에 코로나19로 자진출국을 신고한 불법체류 자국민들에 대한 송환은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법무부에 따르면 몽골 정부는 오는 2일 한국에 전세기를 투입해 자국민 250여명을 송환할 계획이다. 당초 오는 4일에도 전세기를 투입할 예정이었으나 몽골 측의 사정으로 연기됐다.

전세기 탑승자 명단에는 불법체류 자국민은 포함되지 않았다. 주한 몽골 대사관 관계자는 "공관에 접수된 인원들 중 고령자나 임신부 등 취약계층을 위주로 선별했다"면서 "불법체류 자국민들의 송환 문제와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자진신고는 급증세를 탔다.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단계가 '심각'(최고단계)로 격상된 직후인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일까지는 총 5306명이 자진신고를 접수했다. 직전의 같은기간인 지난 2월17~23일의 1117명보다 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중에는 몽골인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몽골 사이의 항공편은 지난 2월 차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대사관을 통해 '자진출국을 신고하거나 보호시설에 체류하고 있는 불법체류 자국민의 송환을 위한 전세기를 보내달라'는 협조공문을 발송해오고 있다. 하지만 몽골 정부는 코로나19 감염자 유입 위험 등을 이유로 불법체류 자국민들의 송환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출입국 업무 관계자는 "대사관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서 지체되는 측면도 있다"며 "협의가 늘어지면서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체류기간을 연장해주고 있는 상황"이라 했다.

법무부는 오는 2일 몽골 정부의 전세기 투입과 관련해서도 탑승자 명단을 전달받지 못했다. 한 법무부 관계자는 "탑승자 명단은 몽골 정부에서 정할 것이라는 통지를 받았다"면서 "법무부에 불법체류 명단 제공을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