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에 "마스크를 써야한다"고 직접 투고했더니

[버로나=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마스크 품귀 현상에도 불구하고 150만개가량의 N95마스크를 창고에 방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사진은 품귀 현상에 대응해 미시시피 버로나 소재 청바지 공장이 긴급 제작한 마스크. 2020.03.27.

미국인에게 마스크는 낯설다. 아픈 사람, 혹은 의료진만 마스크를 쓴다는 정도의 인식을 갖고 있다. 2일까지 21만명 넘는 코로나19 확진자에 40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도 그렇다.


하지만 최근들어 마스크 논의가 봇물을 이루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보다 많은 미국인들이 보호를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할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면서 전문가들은 건강한 사람들도 외과용 마스크, 혹은 스카프라도 써야할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전하면서부터다.

30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마저 모든 미국인이 공공장소에서 당분간 마스크를 쓰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늦은 오후 백악관에서 연 코로나바이러스 TF 브리핑에서 “영원히 마스크를 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당분간 (마스크 착용이) 필요한 것인데, 당분간 이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마스크에 대해 지난주 중반까지 그렇게 주목하지는 않았다. "지옥문이 열렸다. 미국 병원들이 코로나 환자에 짓눌리고 있다"고 보도한 CNN이나 뉴욕타임스(NYT) 등도 마찬가지였고 마스크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NYT가 '한국이 코로나19 곡선(증가세)을 완만하게 만든 방법'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는데도 마스크 얘기는 없었다. 그래서 기자는 26일 뉴욕타임스(NYT)에 'A suggestion on wearing masks'(마스크 착용에 대한 제안)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써서 NYT 독자투고 이메일주소로 보냈다. 미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진 상황에서 서로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정 효용이 있다는 점을 미국에 꼭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주요 감염통로가 입에서 나오는 비말(droplets)이고, 무증상인 사람도 많기 때문"이라고도 썼다. NYT는 그날 곧바로 답신을 보내왔다. "독자의 제안에 감사하며, 이 제안은 담당 기자와 에디터(데스크)에게 바로 전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NYT는 27일 '보다 많은 미국인들이 보호를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할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다수의 전문가 멘트를 인용해 냈다.

NYT는 닐 피시맨 펜실베이니아대 병원장을 인용, "증상이 나타나기 48시간 전에 사람들은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 마스크는 이러한 사람들이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고도 보도했다.

기자의 제안으로 미국인들의 마스크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한국 질병관리본부의 코로나19 환자 및 의심환자 접촉 의료진 업무기준을 보면, 마스크를 착용한 의료진이 마스크를 착용한 환자와 긴밀하게 접촉한 경우(6번, 서로 마스크 착용)는 감염위험이 '낮음'에 해당한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병 당시 바이러스 방지대책 연구에 대해 옮겨본다. 하루 10번 이상 손을 씻으면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해 55% 예방 효과가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68% 효과가 있다. 손씻기, 마스크, 손장갑, 방호복까지 다 갖추면 효과는 91%까지 올라간다. 방호복은 어렵더라도 손씻기와 마스크(트럼프 표현대로라면 스카프라도) 정도는 고려대상이 될수 있다.

의료인력에게 먼저 공급되야겠지만 미국인들도 마스크를 쓰는 것을 꺼리지 않게 된다면 미국 2차대전 때나 볼수 있던 뉴욕의 병원선도 센트럴파크의 임시병동도 조금씩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다. 서로에 대한 배려의 상징인 마스크 착용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성공적으로 진행돼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이 멈추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사진=질병예방본부

[뉴욕=AP/뉴시스]비영리 단체 사마리아인의 지갑이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수용을 위해 세운 임시 병원으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의료용 산소가 배달되고 있다. 뉴욕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31일 기준 7만5795명으로, 사망자는 1천550명으로 집계됐다. 2020.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