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소상공인 폐업 통계조차 없는데…코로나 대책 제대로 될까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로 폐업한 매장 앞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불경기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어려웠던 소상공인들이 이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있다. 줄폐업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2020.3.26/뉴스1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연쇄 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영·생계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중소기업·소상공인 폐업에 대한 정부의 공식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세밀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없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 폐업률 통계자료 부재현재 우리나라에는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창·폐업 공식 통계가 없다. 통계청은 매년 전국사업체조사와 기업생멸 행정통계로 사업체 수와 생존율 등을 공개한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기업생멸 행정통계'에는 대기업을 포함한 전체 기업의 생존율·소멸률이 나오지만,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폐업률을 따로 알 수 있는 통계 항목은 없다.


납세 데이터를 근거로 신규·폐업 현황을 조사하는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도 중소기업·소상공인 폐업률은 따로 나오지 않는다. 부가가치세 신고를 기준으로 법인사업자와 개인사업자로 나뉘는데, 개인사업자 통계를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통계로 보고 인용하는 곳이 많아 혼선을 불러온다는 지적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사업자를 기준으로 한 조사다 보니 임대사업자·간이사업자, 부가세 면세사업자 등 포함되는 범위가 넓어 중소기업·소상공인만 특정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 제조업 등 업종별 신규·폐업 사업자 통계만 있을 뿐이다.

또 국세청과 통계청이 발표하는 국세통계연보와 기업생멸행정통계는 연 1회만 발표해 시의성이 떨어진다.


중기부, '소상공인 연구센터' 구축도 지연..예산은 1/4로 줄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현상과 문제점을 진단할 마땅한 통계자료부터 없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중소벤처기업부가 데이터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18년 5월 중기부와 통계청은 중소기업 창·폐업 통계를 새로 작성하자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당시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통계 데이터베이스는 과학적 행정의 기본"이라며 "필요한 통계를 신규로 개발해 정책이 제대로 만들어지게 하겠다"고 했다. 2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폐업 통계는 나오지 않고 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지난해 취임하면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 올해 7월 소상공인연구센터(가칭)를 출범키로 했다. 연구센터는 소상공인진흥공단이 보유한 기존 소상공인 데이터에 국세청·통계청·세무서·지방자치단체의 데이터를 더해 소상공인만을 위한 통계 데이터를 산출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소상공인에 대한 매출, 폐업 등 기본 실태 파악뿐 아니라 업종별로 분류해 특성에 맞는 필요한 정책을 지원하는 등 씽크탱크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출범 예정일이 연기될 전망이다. 특히나 연구센터 설립을 위해 예산 40억원을 반영키로 했지만 예산 심의 과정에서 30억원이 깎여 10억원만 배정됐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연구센터 설립에 책정된 10억원은 박사 인력 몇 명 채용하기에도 부족하고 사무실을 얻을 수도 없는 규모"라며 "통계가 세밀하지 못하면 정책도 세밀하게 나올 수가 없기 때문에 연구센터를 출범하려면 이번 기회에 제대로 진용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