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 21년' 정태수 넷째 정한근, 1심 징역 7년·추징금 400억(종합)

해외 도피 중이던 고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54)가 두바이에서 체포돼 지난해 6월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2019.6.22/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국외 도피 21년만에 붙잡혀 국내로 송환된 고(故)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55)가 1심에서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윤종섭)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401억여원을 추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한보그룹) 지배주주인 정태수 회장이 국세를 체납하고 주식 담보권이 수행될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해외에 자금을 이체했다가 차명회사 명의로 한보그룹 신주를 인수해 경영권을 유지하려 했다"며 "피고인의 예치 행위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씨 측은 재산국외도피죄는 재산을 국외에 은닉한다는 인식을 갖고 국내에 반입할 재산을 국외에서 처분해 유출되는 것으로 명목을 바꿔서라도 국내에 들여온 경우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내에 반입해야 할 재산을 도피시켰다는 점에서 죄가 성립이 되고 그 후 다시 반입된지 여부 등은 범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정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은밀하고 탈법적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범행 동기는 경영권 등 사익 추구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정태수 회장이 최종 의사결정을 했다고 해도 회장의 아들로서 의사결정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봤다.

또 "피고인이 국외로 도피하는 동안 가족을 쉽게 만날 수 없어 감당하지 못할 어려움을 겪었다"면서도 "이는 피고인이 스스로 어려움을 야기한 것으로 유리한 정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꾸짖었다.

다만 정씨가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차명으로 들여왔으나 결국 상당한 정도의 미화가 국내로 들어와 국내 국민의 재산이 해외로 유출됐다고까지 볼 수 없고 상당 부분 피해가 회복된 점, 정태수 회장이 최종 의사결정을 한 점 을 양형에 유리하게 반영했다.

아울러 "외환거래 규제 완화 등 제도적 변화를 유리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한보그룹 사태는) 구조적 원인과 직접적 원인으로 나눠 볼 수 있어 정태수 회장이나 정씨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정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하고 401억여원의 추징금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씨는 1997년 11월 한보그룹이 부도가 나자 한보그룹 자회사 동아시아가스주식회사(EAGC) 자금을 스위스에 있는 타인명의 계좌에 예치해 횡령하고 재산을 국외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기소됐다.

정씨는 당시 동아시아가스가 보유하고 있던 러시아의 ㈜루시아석유 주식 27.5% 중 20%를 러시아의 시단코회사에 5790만 달러에 매도한 뒤 2520만 달러에 매각한 것처럼 허위계약서를 작성, 3270만 달러(당시 환율기준 약 323억원)를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 1월 자신이 실소유주인 한보그룹 자회사 동아시아가스(EAGC)의 자금 약 66억여원을 추가로 빼돌린 혐의로 정씨를 추가기소했다. 이로써 정씨의 총 횡령액은 386억여원으로 늘었다.

정씨는 1998년 6월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뒤 도주했고, 21년 잠적 끝에 에콰도르에서 체포돼 지난해 6월22일 송환됐다. 정씨는 첫 재판에서 관련 혐의를 모두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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