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재판서 '사법농단 피해자' 자처한 이수진 거론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제21대 총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후보가 후보 등록을 위해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선관위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재판에서 4·15 총선에 나선 이수진 전 부장판사의 이름이 나왔다. 이 전 판사는 이 사건의 피해자를 자처하면서 정치권에 뛰어든 인물이다.

법정에서 이 전 판사의 이름을 언급한 증인은 '인사모' 학술대회 문제에 대해 이 전 판사와 대화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인사모는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의 약자로, 진보 성향 판사 모임으로 불리는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핵심으로 알려져 있다.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위원은 인사모 활동을 불편해 하는 행정처를 대신해 상황 파악에 나섰던 인물이다.

인사모는 2015년 7월 만들어진 이후 법관 인사제도 등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추진하고 있었다. 법관 인사를 전담하는 행정처는 학술대회에서 행정처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올 줄 알고 학술대회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이에 이 전 상임위원은 대법원 재판연구관이었던 이 전 판사를 통해 학술대회 상황을 전해들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권석천 중앙일보 기자가 이탄희 전 판사를 인터뷰한 뒤 쓴 책인 '두 얼굴의 법원'를 보면, 이수진 전 판사가 이 전 위원의 '메신저'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내용들이 여럿 있다. 이 때문에 이수진 전 판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피해자가 맞느냐는 논란이 있었다.

이날 법정에서 이 전 위원은 "인사모에 대해서는 이수진 전 판사가 많이 알고 있어서 저로서는 이야기를 할 사람이 이수진 전 판사밖에 없었다"며 "(공동) 학술대회가 열리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상의한 적이 있다. 제가 하소연을 좀 했다"고 진술했다.

이수진 전 판사가 어떻게 반응했느냐는 검찰 질문에 이 전 위원은 "특별히 말한 것이 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며 "다만 공동학술대회 자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고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앞선 대법원 자체조사와 두 얼굴의 법원 내용 등에 따르면 이수진 전 판사는 이규진 전 위원을 '높은 분'으로 부르면서 학술대회를 꺼리는 행정처 의중을 이탄희 전 판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이규진 전 위원은 "저는 이수진이 이탄희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