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우한, 코로나 환란 종식? 정신적 재앙 시작

중국 후베이성 우한적십자병원 격리병동에서 의료진이 일하고 있다./사진=AFP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는 완화됐을지 몰라도 정신적 재난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험은 완화됐다고 하지만 이제부터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맞서 싸워야 한다.

2일 중국 차이신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두달 넘게 봉쇄됐던 우한은 오는 8일 도시 봉쇄를 해제하고 정상화 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우한 주민는 물론 코로나19 감염자와 의료종사자들은 심리적 상처로 휘청이고 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8만2381명에 달하고, 이로 인한 사망자는 3316명이다. 이 중 우한에서만 최소 5만명이 감염됐고 2553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한 내 병원에는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로 넘쳐났다. 의사들은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지쳐갔고, 병동은 미처 치우지 못한 시체들로 가득찼다.

관 루이위앤 베이징대 의학적 심리학 교수가 우한 의료진 3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약 3분의 1이 코로나19로 심리적인 문제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세계보건기구(WHO) 평가기준을 활용하면 응답자의 33~39%가 불안이나 우울증, 체증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 심리적 고통이 신체적인 증상에도 영향을 미쳐 가장 흔한 증상으로 피로감, 수면 부족, 긴장감이나 불안감 등을 호소할 수 있다.

후베이성에 파견됐던 상하이 정신건강센터 의사인 주 카이밍씨(39)는 "우한에 도착했을 때 의료진들이 신체적·감정적인 공격에 준비돼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며 "지속적인 자극이 있는 환경에서 많은 의료종사자들이 제대로 먹거나 잠을 자지 못했고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고조돼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어머니가 지병을 앓고 있다고 말한 한 의료인은 가족들에게 우한에서 일하는 것을 숨기고 있었는데 이에 대해 강한 죄책감을 느꼈고, 일부는 치료하던 환자가 사망했을 때 심각한 고통을 겪기도 했다.

의료진 뿐만 아니라 회복된 환자들도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 기간 가족을 만날 수 없다는 점과, 자신의 상태가 악화되거나 자신이 가족들에게 코로나19를 전염시킬 수 있다는 두려움 등이 그들을 괴롭혔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심각한 상황에서 중국 내 정신과 의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2017년 WHO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인구 10만명 당 정신과 의사가 10.5명인데 반해 중국은 인구 10만 명당 정신과 의사수가 2.2명에 불과하다. 이는 정신 질환을 숨기는 문화 등에 따라 의료 환경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최근에는 중국 내 몇몇 심리상담소에서 우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제공하고 나섰는데, 그 수요가 폭발적이다.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 선샤인 파트너의 주허 팀장은 "2월부터 지금까지 상담원들이 400여건의 개별 사례를 대상으로 2만시간이 넘는 통화를 기록해 왔다"며 "젊은이들과 여성들로부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상담사들은 위로나 게임을 제안하는 수준의 일시적인 도움에 불과해 정신과 전문가들의 상담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유명 심리치료사인 스 슈시옹씨는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중국의 정신과 전문가 부족은 충격적인 상황"이라며 "현재 중국에는 도움이 필요하고 도움을 구할 수 있다는 것 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필요한 사람들을 추가하면 훨씬 더 충격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