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잡았다..서울 아파트값 9개월만에 하락반전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해 7월 이후 9개월만에 하락 반전했다. 강남권을 시작으로 강북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까지 이번주 모두 하락세로 돌아서 서울 전역이 약세로 전환했다.


12·16 부동산 대책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상승세를 꺾었다면 서울 전체 아파트값을 잡은 것은 '코로나19'였다.

2일 한국감정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3월 다섯째주(3월30일 기준)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2% 떨어졌다. 정부 공식통계인 감정원 통계로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한 것은 지난해 7월 첫째주(1일) 0.02%를 기록한 이후 39주만이다.

이에 앞서 민간 통계인 부동산114 기준으로도 지난달 27일 서울 아파트 변동률(-0.01%)이 10개월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정부 통계와 민간 통계 모두 서울 아파트값이 동반 하락한 셈이다.

서울 아파트는 12·16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상승폭을 계속 좁히다가 2월 초부터 0.01%~0.02% 수준을 유지해 왔다. 지난달 셋째주(16일 기준)부터 0.00%로 2주 연속 보합세를 보였다가 결국 하락한 것이다.




보합권에 머물던 서울 아파트값 균형이 깨진 것은 '마용성' 때문이다. 이번주 마포와 용산, 성동구가 각각 -0.02%, -0.01%, -0.01%로 일제히 약세 전환했다. 마포 대장주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최근 거래량이 많지 않으나 호가가 5000만원~1억원 가량 떨어졌다. 여기에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도 상승폭이 차츰 축소되는 모습이다. 강북 14개구 상승률은 0.01%로 전주 0.04% 대비 상승폭이 둔화됐다.

서울아파트값 하락을 주도한 건 역시 강남이다. 강남 11개구가 0.04% 하락해 낙폭을 키우고 있다. 강남3구는 지난 1월20일 33주만에 하락반전한 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고점 대비 3~5억원 낮은 가격의 매물이 출회 중이다. 특히 강남구 0.16%, 서초구 0.17%, 송파구 0.12% 각각 하락한 가운데 강동구도 이번주 0.01% 떨어져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요 단지별로 신축인 강동구 고덕동의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호가가 최근 하락한 가운데 강남 재건축 단지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고점 대비 2억원 이상 하락(82.61㎡)한 채 거래되고 있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에도 급매가 출회되 매매가격이 종전 대비 4억5000만원(107.47㎡) 떨어진 거래도 나왔다. 송파구 대장주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는 매매가격이 지난해 말 대비 2~3억원 가량 하락했다.

서울 전역 아파트 약세는 지난 2월부터 본격화한 '코로나19' 확산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자 비교적 '안전자산'으로 여겨진 '서울 아파트'마저 위상이 흔들렸다.

송인호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한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 때문"이라며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는 대외적인 요인이었지만 이번엔 대·내외적인 요인이 결합해 '달러자산' 이외의 모든 자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12·16 부동산 대책에 따라 고가 주택 보유자의 보유세 부담이 커졌고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의 공시가격도 전년 대비 평균 21% 올라 다주택자 위주로 급매물이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 수도권 아파트값 변동률은 전주 0.21%에서 0.14%로 상승폭이 축소됐다. 시도별로는 인천(0.34%), 세종(0.24%), 대전(0.20%), 경기(0.19%), 울산(0.02%), 경남(0.02%) 등은 상승했지만 제주(-0.09%) 경북(-0.05%) 충남(-0.04%), 충북(-0.04%) 대구(-0.04%) 등은 하락했다.

'풍선효과'나 나타났던 '수용성'(수원·용인·성남) 지역은 상승폭이 줄었다. 수원은 지난주 0.25%에서 이번주 0.15%로 상승폭이 꺾였는데 수원 영통구는 0.08%->0.05%, 권선구는 0.56%->0.22%로 상승률이 낮아진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