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코로나19 사태…의사 피로도·인력문제 어쩌나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한 보험사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10일 건물 앞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의 보안경에 습기가 가득 차 있다.방역당국과 서울 구로구 등에 따르면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한 보험사에서 일하는 직원과 교육생, 가족 등 최소 3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콜센터에는 직원 148명과 교육생 59명 등 총 207명이 근무했다. 나머지 인원들에 대한 검사도 진행 중이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발생한 지 3개월차에 접어들면서 의료진의 피로도가 급격하게 쌓이고, 이에 따른 인력부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대구 의사 1명은 현재 위중한 상태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의료진 피로 쌓여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대구지역에서 의료진 1194명이 일하고 있다.

공중보건의가 파견되고, 전국에서 의료진 자원봉사자들이 달려왔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의료진들의 피로는 쌓일대로 쌓인 상황이다.


정흥수 대구시의사회 부회장은 "대구 외 지역에서 온 의료진 자원봉사자들이 많은 도움을 줬지만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기면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며 "의료진들이 지치기야 많이 지쳤지만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 환자 수는 9976명이다. 이중 5828명은 완치돼 격리해제됐지만 집단감염, 해외유입 등으로 신규 환자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도권 누적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고위험군 환자 증가와 의료인력 공백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 내 감염도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주요 대형병원들의 경우 의료진 100~300명이 선별진료소 등 코로나19 관련 진료와 업무를 보고 있다.


의료진, 감염에 취약…감염된 의사 상태 '위중'
의료진 감염도 문제다. 피로가 누적되고 면역력이 약해질 경우 의료진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대구에서만 의료진 121명이 감염됐다.

이날 대구시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된 대구의 50대 개인의원 내과의사는 현재 위중한 상태다. 이 의사는 외래 진료 중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감염됐다. 지난달 19일 확진 판정을 받아 현재 경북대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김우주 고대구로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의 경우 감염의 위험도 있기 때문에 의료진들이 항상 긴장하고 있어 피로도가 더 쌓인다"며 "병원뿐 아니라 생활치료센터 등도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료진 감염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피로도 쌓이지만…뾰족한 수 없어
그러나 정부는 의료진 피로도와 인력부족 문제와 관련해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구지역의 경우 공중보건의 등 공공인력은 2주, 민간의료인력은 1개월 근무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아직 다른 지역의 경우 별다른 대책이 없다.

의료진 교체에 따른 인력충원도 문제다. 지난달 23일부터 공보의 등 일부 의료진들이 교체·충원됐지만 수요에 비하면 의료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력 교체로 대구시에서 요청하고 있는 대체인력을 적시에 계속 배치할 예정"이라며 "현재 대구지역에 신규 공중보건의사 60명과 기존 인력 중 연장 근무 의사를 밝힌 의료진 21명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평소 공공의료에 제대로 투자하지 않고, 감염병 관련 인력을 양성하지 않았던 것이 이번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인력은 노동탄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평소에 관련 인프라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서 2015년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이후에도 비슷한 지적이 나와 내과의사들에게 감염내과 관련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