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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호기심이나 취재 목적 'n번방' 가입, 처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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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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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0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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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chmt@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chmt@
텔레그램 불법 성(性) 착취 동영상 공유방 중 하나인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이 구속되면서 이같은 공유방을 지칭하는 소위 'n번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기존에 n번방을 몰랐던 일반인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취재를 목적으로 한 기자들의 접근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수사 목적으로 접근하는 수사기관 종사자 뿐 아니라 일반인도 호기심이나 취재목적으로 n번방에 들어갔다간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제한적 범위 내에서만 특별수사기법 활용 가능


한국의 경우 아직까지 함정수사나 언더커버(위장잠입 수사) 등의 특별수사기법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활용 가능하다. 여기서 말하는 제한된 범위는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를 말한다.

예를 들어 경찰이나 검찰 수사관이 성매매나 마약거래 광고를 보고 연락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 가능하다. 반대로 수사기관이 성매매나 마약거래 광고를 내서 범죄자들을 유인하는 것은 불법이다. 같은 맥락에서 수사기관이 일반인으로 위장한 뒤 포주나 마약상을 만나 검거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불법행위에 가담하는 순간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다. 수사기관이 실제로 성매매에 관여되거나 마약을 구매한 경우 더이상 수사라는 테두리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수사기관이 범죄자들과 연락하면서 범죄를 종용하는 경우도 법의 테두리를 분명히 벗어나게 된다. 이처럼 제한된 범위로 인해 대한민국에서는 언더커버나 함정수사같은 특별수사기법이 자주 활용되지 않고 있다.



'n번방' 접속만으로 불법인지는 모호



애매한 경우도 많다. n번방의 경우 어느 순간부터가 불법인지 판단이 어렵다. 원론적으로는 불법 성 착취 동영상을 보려는 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지인따라 호기심에 짧은 시간 접속했다가 빠져나간 이들까지 모두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처벌을 위해선 불법적인 영상물을 '소지' 했다는 것을 확인해야 하는데 동영상을 봤는지, 어떤 영상을 봤는지 등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텔레그램의 경우 공유된 동영상을 클릭하는 순간 다운로드가 시작돼 소지했다고 볼 수 있는데, 잠깐 들어가있는 동안 어떤 영상을 봤는지(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인지 성인음란물인지)를 하나하나 추적하기는 극히 어렵다.

하지만 박사방처럼 수십만원 이상의 비용을 내고, 신분 인증까지 받아서 들어가는 경우는 짧은 시간이라 할지라도 불법적인 영상의 소지 동기나 목적이 더 강할 수 있다. 조주빈은 여러 등급의 동영상 공유방을 운영하면서 회원 등급에 따라 입장을 제한했다. 접속자들은 더 높은 수준의 방에 접속하기 위해선 조주빈이 시키는대로 범행에 일부 가담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경우에는 아무리 호기심에 한번 접속해 봤다거나 취재 목적으로 접속했다 하더라도 처벌을 받게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특별수사기법 범위 확대하는 법안 발의됐으나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


한국은 지난 2015년 국제조직범죄 방지를 위한 UN국제조직범죄방지협약(UNTOC)에 가입했다. 이 과정에서 UNTOC 및 부속의정서 기준에 부합하도록 영미법계 국가에서 시행 중인 언더커버나 함정수사 등 특별수사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특례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에서 계류하다 폐기됐다. 특히 기존 제도도 충분히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의견이 많아 국회에서의 논의가 지지부진했다고 한다. 당시 특례법 도입 대신 만들어진 것이 형법 제114조 범죄단체 등의 조직죄다.

법조계에 따르면 당시 특별수사기법 도입을 위한 특례법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비교법학회 등 전문가들의 찬반 양론이 뜨거웠다고 한다. 특별수사기법을 넓게 활용해야 한다는 측에서는 점점 고도화되는 조직범죄나 강력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사기법을 지금보다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고 반대하는 측에서는 피의자 인권침해 등 윤리적인 이유로 특별수사기법 확대는 옳지 않다고 맞섰다.

결국 수사기관이 불법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선에서 특별수사기법을 허용하고 있는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결론으로 논란이 종식됐고 한국은 UNTOC에 가입하게 됐다.



법조계 "검찰 피신조서 증거능력 제한 등 변화에 맞춰 특별수사기법 확대할 필요 있어"


법조계에서는 이제 한국도 국제기준에 맞춰 특별수사기법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경찰 지능범죄수사대나 검찰 강력부 등 조직범죄나 중대범죄를 주로 수사하는 기관에서 그렇다.

특히 앞으로 4년 내에 검찰 피신조서 증거능력이 제한되면 이번 n번방 사건 같은 경우 범죄단체 조직은 절대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직범죄의 경우 다수의 진술확보가 반드시 필요한데 중요한 진술은 주로 탈퇴한 조직원이나 외부 정보원으로부터 나온다. 범죄단체구성에 필요한 조직 강령 등은 쉽게 폐기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대부분의 범죄단체가 주로 관계자들의 진술로 구성돼 왔다. 따라서 진술의 증거능력이 법정에서 부인될 경우 범죄단체로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에 수사기관에서는 언더커버나 함정수사 등을 통해 직접 조직 안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n번방'의 주요 활동 무대인 텔레그램 등의 높은 보안성도 수사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강력범죄 수사를 오래해 온 한 수사기관 종사자는 "조직범죄나 성범죄 등 중대범죄에 있어 국제공조 강화를 위해서라도 특별수사기법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별수사기법을 잘 활용하고 있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수사방향 및 강도를 잘 관리한다는 것인데 우리도 검찰총장이나 법원에서 제대로 관리할 수 있도록 체계만 만든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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