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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네새요"…6살 선호가 '로봇'을 기부했다[체헐리즘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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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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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0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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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더 힘든 아이들 위해…11명의 아이들이 나눈 '도토리 상자' 이야기

[편집자주] 2018년 여름부터 '남기자의 체헐리즘(체험+저널리즘)'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뭐든 직접 해봐야 안다며, 공감(共感)으로 서로를 잇겠다며 시작한 기획 기사입니다.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자식 같은 기사들이 나갔습니다. 꾹꾹 담은 맘을 독자들이 알아줄 땐 설레기도 했고, 소외된 이에게 200여통이 넘는 메일이 쏟아질 땐 울었습니다. 여전히 숙제도 많습니다. 그래서 차마 못 다한 이야기들을 풀고자 합니다. 한 주는 '체헐리즘' 기사로, 또 다른 한 주는 '뒷이야기'로 찾아갑니다.
6살 선호가 애지중지하던 '로봇'. 친구에게 나누겠다고, 기분좋게 내놓았단다. 선호야, 네가 이 로봇보다 훨씬 멋지다./사진=서경화씨 제공
6살 선호가 애지중지하던 '로봇'. 친구에게 나누겠다고, 기분좋게 내놓았단다. 선호야, 네가 이 로봇보다 훨씬 멋지다./사진=서경화씨 제공
"힘네새요"…6살 선호가 '로봇'을 기부했다[체헐리즘 뒷이야기]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잘 알 것이다. 녀석이 자신의 것을 나누는 게, 얼마나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인지. 심지어 형, 동생에게조차 잘 내어주지 않으니 말이다.

6살 선호에게 빨간 로봇도 그랬다. 오래 가지고 놀아서 애착이 참 컸다.

그런 선호가 기꺼이 로봇을 기부했다. 깨끗하게 소독까지 해서. 어쩌면 아이에겐, 세상의 절반쯤 사라지는 아픔이었으리라. 그렇지만 기분 좋게 내어놓았단다. 형편이 어려워 장난감 구경도 쉽지 않았을, 이름 모를 친구를 위해서. "난 그래도 놀았으니, 너도 놀았으면 좋겠어." 이런 맘이었을 것 같다.

그리고 선호 누나인 8살 수빈이도, 아이의 친구들인 다연, 민아, 채아, 다솜, 지민, 지연, 가연, 희문, 경은이도 각자 소중한 걸 내놨다. 왕소라 과자도, 꽃게맛 과자도, 초코맛 과자도, 컵라면도. 당장 먹고픈 걸 꾹꾹 참았으리라, 코로나19로 더 배고프고 힘들지 모르는, 어딘가의 친구들을 위해.

그러니 그 기특한 마음을, 펜을 꾹꾹 눌러 기록하려 한다. 나중에 커서도 그때 얼마나 훌륭한 일을 한 건지 볼 수 있도록 말이다. 어린이가 어린이에게 보낸, 30박스의 선물 이야기다.



화이트데이에 온 메일 한 통


코로나19로 지역아동센터며, 복지관이며 다 문을 닫았다. 그래서 취약계층 아이들의 밥이 끊겼다. 긴급 지원을 위한 상자를 들고 부산에 배달을 갔었다./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코로나19로 지역아동센터며, 복지관이며 다 문을 닫았다. 그래서 취약계층 아이들의 밥이 끊겼다. 긴급 지원을 위한 상자를 들고 부산에 배달을 갔었다./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기사를 썼었다. 코로나19에 밥이 끊긴, 아이들을 긴급 지원하려 '한끼 박스'를 배달한 내용이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종합사회복지관서 함께 했었다. 그리고 3월14일, 화이트데이에 기사가 나갔다. 많은 독자들이 마음을 써주고, 응원을 해줬다. 큰 힘이었다.
14일 기사가 나가던 날, 비누공방을 운영하는 독자 서경화씨가 늦은 밤 메일을 보냈다. 형편이 넉넉지 않지만, 그래도 돕고 싶다고 했다. 마음이 따뜻해졌다./사진=남형도 기자 메일 캡쳐
14일 기사가 나가던 날, 비누공방을 운영하는 독자 서경화씨가 늦은 밤 메일을 보냈다. 형편이 넉넉지 않지만, 그래도 돕고 싶다고 했다. 마음이 따뜻해졌다./사진=남형도 기자 메일 캡쳐

그리고 그날 밤 11시50분쯤, 기사를 봤단 독자에게 메일 한 통이 왔다. 충남 보령에 사는 아기 엄마라 했다. 비누 공방을 한다고 했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어려운 이들에게 손 소독제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된 그의 귀한 이름은 서경화씨였다.

뭉클하고 감사했다. 답장했다. 배달을 함께하며 동분서주 고생했던, 한복희 부산종합사회복지관 대리의 연락처를 알려줬다. 그에게 문의하면 도울 방법을 찾을 거라고 했다.



11명의 아이들이 마련한 선물


손소독제와 리필용액, 비누 2개, 그리고 아이들이 직접 담은 선물들./사진=서경화씨 제공
손소독제와 리필용액, 비누 2개, 그리고 아이들이 직접 담은 선물들./사진=서경화씨 제공

그리고 다른 취재로 바빠 잠시 잊고 지냈다. 벚꽃이 만개해 설레던 4월의 첫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한 대리였다. 그간의 얘기를 전해줬다.

서씨가 부산종합사회복지관에 연락해 기부하고 싶다고 했단다. 서씨는 이렇게 말했다. "비누 공방을 연 지 얼마 안 됐는데, 코로나로 비누가 잘 팔려 이익이 조금 났어요. 마냥 좋다기보단 제 돈 같지 않았어요. 다들 힘든 시기니, 도움이 될까 싶어서 연락했어요."

서씨는 혹여나 복지관에 괜한 일거리가 될까, 작은 선물인데 번거로울까 싶어 조심스러워했단다. 그리고 비누나 손 소독제가 더 필요할지, 식품이 필요할지를 물었다. 이 과정에서 한 대리와 긴밀히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며칠 뒤, 복지관에 택배가 도착했다. 30세트엔 손 소독제와 리필 용액, 얼굴과 몸에 쓰는 오트밀 비누와 파프리카 비누, 물 2통이 곱게 포장돼 각각 들어 있었다. 다 해서 130만원 상당의 물품들이다.

충남 보령에 사는 비누공방 사장님 서경화씨와 8살 딸(수빈)과 6살 아들(선호), 그리고 그 친구들(다연·민아·채아·다솜·지연·가연·희문·경은)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종합사회복지관에 보낸 기부 물품들./사진=부산종합사회복지관
충남 보령에 사는 비누공방 사장님 서경화씨와 8살 딸(수빈)과 6살 아들(선호), 그리고 그 친구들(다연·민아·채아·다솜·지연·가연·희문·경은)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종합사회복지관에 보낸 기부 물품들./사진=부산종합사회복지관

더 특별한 선물도 있었다. 12개의 지퍼백엔, 서씨 아들 선호(6살)와 딸 수빈이(8살), 그리고 9명의 아이들이 직접 준비한 물품들이 담겨 있었다. 과자, 즉석식품, 두유, 통조림 햄, 참치캔, 컵라면, 즉석밥 등. 지퍼백 겉면엔 '선호가 보내요', '수빈이가 보내는 선물' 등이라 쓰여 있었다.

아이들이 직접 쓴 손편지며 그림도 있었다. 선호는 '선물 받고 좋아하는 누나' 모습을 상상해 그림을 그렸다. 마음은 하트 모양으로 크게 그렸다. 다솜이는 "힘네새요(힘내세요), 하다솜이가"라고 적었다. 맞춤법을 틀렸어도, 글씨가 삐뚤빼뚤해도, 최고로 예쁜 맘이었다.



복지관이 완성한 30개의 '도토리 나눔' 상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서씨가 보낸 기부물품에 학용품, 간식, 반찬 등을 더해 상자를 완성했다./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서씨가 보낸 기부물품에 학용품, 간식, 반찬 등을 더해 상자를 완성했다./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소중한 선물에, 복지관이 후원 물품을 더했다. 카카오 AI 스피커와 학용품, 간식, 반찬 등을 넉넉히 넣어, 풍성한 30개의 '도토리 나눔' 상자가 완성됐다. 한 대리와 복지관 직원들의 푸근한 마음이, 따뜻한 고생이 더해졌다.

아이들 마음이 담긴 이 상자들은, 2일 부산 수정초등학교에 전달됐다. 취약 계층 아이들에게 전해질 예정이다.

한 대리는 휴가 당일임에도 새벽부터 일어나, 이 이야기를 카드 뉴스로 만들었다. 기적 같은 따뜻한 기부 이야기를 잘 전하고 픈 마음이었다. 그리고 다 만든 뒤, 이 카드 뉴스를 서씨에게 전했다. 그는 이를 아이들과 함께 얘기했다.

부산 수정초등학교에 전해진 도토리 나눔 상자 30박스.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전달이 될 예정이다./사진=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 수정초등학교에 전해진 도토리 나눔 상자 30박스.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전달이 될 예정이다./사진=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씨는 "전 작은 한 개를 던졌는데, 대리님과 복지관 분들이 마구마구 눈덩이를 굴려주셔서 세상 행복하다"고 했다. 그리고 뒤늦은 고백. 내게 기부하고 싶단 메일을 보냈을 때 "술김에 용기낸 건데, 그날 술 먹은 저를 칭찬한다"고 했다.

한 대리는 "하루하루 사는 게 쉽지 않은 날이 많은데, 후원자님 덕분에, 아이들 덕분에, 세상 따뜻한 이야기에 힘이 난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리고 뒷이야기. 상자 이름을 '도토리 나눔'이라 지은 이유가 있단다. 숲에 가서 도토리나 밤을 주울 때 다람쥐가 먹을 것을 남겨 놓는 것, 그게 '마음 나누기'이기 때문이라고.
마스크가 좀 남으니,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야겠단 생각을 했다./사진=한복희 대리가 만든 카드뉴스
마스크가 좀 남으니,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야겠단 생각을 했다./사진=한복희 대리가 만든 카드뉴스





  • 남형도
    남형도 human@mt.co.kr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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