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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죽을지 몰라'…가습기피해자에 더 냉혹한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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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회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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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06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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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전현희 민주당 의원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가족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습기살균제법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2.26.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전현희 민주당 의원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가족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습기살균제법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2.26. kkssmm99@newsis.com
#. 김경영(45)씨는 요즘 택배를 받으면 상자 표면 전체를 흠뻑 적실 정도로 소독약을 뿌리고서야 만진다. 대중교통은 엄두도 못 내고, 병원에 갈 때도 마스크와 면장갑은 물론 목도리까지 칭칭 두르고서야 나설 수 있다. 외출복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 자리에서 세탁기로 직행하고, 소독까지 마친다.

김씨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다. 2009년 임신 중 호흡 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간 이후 지금까지 중증 천식을 앓고 있다. 3등급 피해자인 딸도 폐 기능이 60% 수준까지 떨어져 있다. 이들에게 코로나19는 앓다 지나갈 수 있는 얘기가 아닌, '정말 죽을 수 있다'는 공포로 다가온다.


'코로나19는 아닐까'는 곧 '내가 이대로 죽는 건 아닐까'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옥외공간에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오픈 워킹스루형·Open Walking Thru)에서 영국 런던발 여객기를 이용한 외국인 입국자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옥외공간에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오픈 워킹스루형·Open Walking Thru)에서 영국 런던발 여객기를 이용한 외국인 입국자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호흡기 기저질환자는 본래 혈액 내 염증 수치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조금만 피로해도 쉽게 열이 난다. 김씨는 5일 "이전에도 이따금 발작하듯 기침이 터지고 열이 쉽게 오르는 등의 증상이 있었지만, 코로나19 유행으로 불안감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김씨는 “청소를 잠깐 했더니 열이 38도까지 오른 적이 있다”며 "한번 열이 나기 시작하면 '아까 택배 기사님을 접촉해서 그런가' , '오늘 병원에 다녀와서인가' 등 온갖 생각과 함께 공포감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역시 가습기 살균자 피해자인 이재성(56)씨는 “건강한 사람들에 비해 백혈구 수치가 낮아서 조금만 미세먼지를 마시거나 세균이 들어와도 몸에서 바로 반응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고 스스로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는 게 피해자들의 공통된 걱정이다.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보건환경학과 교수는 “여러 기저질환 중에서도 비염, 천식, 폐렴 등 호흡기 질환이 동반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코로나19 감염 시 훨씬 더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혜택 아닌 생존인데"…'마스크 대란' 직격탄


평일 전국 약국에 공급되는 공적 마스크 물량이 늘어난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약국에서 시민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평일 전국 약국에 공급되는 공적 마스크 물량이 늘어난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약국에서 시민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겐 병원을 찾는 일조차 두려웠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주로 호흡기 폐 질환 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몸 상태가 나빠지면 나타나는 증상이 고열·기침 등 코로나19 증상과 비슷하다. 그래서 병원을 찾으면 곧바로 코로나19 선별진료소로 보내지곤 했다.

김경영씨는 "호흡기 기저질환자일 뿐인데 오히려 코로나19 의심환자들과 섞이지 않을까 공포가 컸다. 대기가 길어질수록 죽음과 가까워지는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이들 역시 마스크 '대란'은 피해갈 수 없었다. 박기용(48)씨는 아들이 2012년 1단계, 3년 뒤 딸이 2단계 피해 판정을 받으면서 늘 여분의 마스크를 구비해 뒀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후에는 박씨 역시 "아이들에게 마스크는 선택이 아닌 생존이 달린 문제였지만, 코로나19 사태 후 마스크가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피해자 중 한 분이 환경부와 가습기살균제피해 종합지원센터에 '값은 지불 할테니 마스크를 구할 수 있는 경로라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런 혜택은 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겐 마스크 확보는 결코 '혜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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