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동휠 출퇴근 사실 통지 안 했다면 사고 나도 보험금 못 받아"

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삽화=이지혜 디자인 기자 / 사진=이지혜

전동휠로 출퇴근하는 사실을 보험사에 미리 알리지 않았다면, 전동휠을 타다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고 법원이 최종 판단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A씨 유족이 DB손해보험(대표이사 김정남)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7년 4월 전동휠을 타고 퇴근하던 중 뒤따라오던 차에 치여 숨졌다. A씨 유족들은 사고에 대해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DB손해보험은 "이륜차를 운행하고 있는데도 알리지 않아 약관상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계약이 해지됐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유족들은 "최대시속 16km의 전동킥보드를 통상적인 의미의 이륜차라고는 보기 어렵다"며 법원에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다.

1심은 유족들 손을 들어줬다. 보험사가 유족들에게 4억여원의 보험금을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전동휠의 최고속도가 시속 16㎞에 불과하고 구조상 오토바이나 스쿠터보다는 넘어질 위험이 적은 데다, 신종 교통수단이라 A씨가 이용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고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또 보험사 측에서 전동휠과 같은 신종 교통수단도 통지 의무의 대상이 된다는 설명을 상세히 해주지 않은 만큼 약관에 따라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이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전동휠을 운전하려면 원동기장치 자전거 면허를 받아야 하고, 인도가 아닌 차도로 통행해야 한다"며 "따라서 전동휠의 속도나 구조와 무관하게 운전할 때 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증가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보험계약을 맺을 때 이륜자동차 운전 여부를 질문받았고 지인들로부터 전동휠을 탈 때 조심하라는 주의를 받기도 한 만큼, 사고 발생 위험이 커져 보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몰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