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중소기업·소상공인 집중했던 캐피탈사, 부메랑'?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서민·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소매금융(리테일) 위주로 사업모델을 개선해 온 캐피탈사들의 체질이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면에서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건전성 우려로 캐피탈채(캐피탈사가 발행하는 회사채) 발행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 역풍을 맞은 것이다.

6일 캐피탈업계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주 발행된 캐피탈채는 1600억원(사모발행제외)이었다. 전주인 3월 넷째주(3월23일~3월27일)에는 이마저도 안되는 300억원이었다. 불과 한 달 전인 3월 첫째주(3월2일~3월6일)에 캐피탈채만 1조4250억원이 발행된 것과 비교하면 10% 이하 수준으로 급격히 줄었다.

최근 2주 사이 캐피탈채 신규 발행이 사실상 중단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봐도 무방하다. 자금조달 위기 경고등이 들어온 상황이다.

이는 캐피탈 업체들에 대한 건전성 우려가 불거진 탓인데 업계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체질을 개선한 대다수 캐피탈사들의 경영 환경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캐피탈사들은 그동안 수익성이 높고 담보 설정이 수월한 자동차금융(할부금융·오토리스·오토론)과 서민·중소기업·소상공인 위주 의 소매금융에 집중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대기업 여신은 대부분 은행으로 넘기고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영업전략으로 안정화를 추구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가 서민과 중소기업·소상공인 등 저신용자 자금 유동성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소매금융에 집중했던 캐피탈사의 여신건전성에 의문부호가 붙기 시작했다. 특히 업체별 소매금융 의존 현상은 금융지주에 속해 있지 않은 중소 캐피탈사들에게 더 집중돼 나타난다. 벌써부터 자금을 공급해 줄 대주주가 없는 업체들은 신규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진행하는 등 조달위기에 대비한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캐피탈사의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못하면 서민 금융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대출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서민 등이 마땅한 대출처를 찾지 못하게 되면 제도권 금융 밖으로 이들이 밀려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는 정부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지원이 시작되면 캐피탈사들의 숨통이 어느정도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최근 채안펀드 운용사들이 여전채(카드채·캐피탈채) 발행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유동성 위축이 더 오래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