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스루' 벚꽃구경, 괜찮지 않아요?…"그냥 지나가유~"

5일 광교산 둘레길 인근 벚꽃길/사진=독자제공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A씨(33)는 지난 5일 광교산 둘레길 인근을 지나려다 깜짝 놀랐다. 근교 주민들이 찾는 작은 벚꽃 명소인데, 왕복 2차선 도로가 자동차로 꽉 차 주차장과 다름없었다. 차에 탄 사람들은 저마다 창문을 활짝 열고 벚꽃 구경 인증샷을 남기기에 바빴다.


오는 11~12일 주말까지 수도권 벚꽃이 만개해 절정을 이룰 것으로 관측되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꽃구경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도권은 물론 전국 곳곳의 벚꽃 명소도 예정됐던 축제를 취소하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에 '드라이브스루' 또는 '거리두기' 꽃구경 등 새로운 방식의 봄꽃 즐기기가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을 아직 안심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전 동구는 지역 명소인 대청호 오동선 벚꽃길에서 지난달 말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곳은 26.76㎞ 거리의 전국에서 가장 긴 벚꽃 터널로 알려져 있다. 동구는 "이왕 오신 거 그냥 지나가유~",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길 드라이브 스루로 즐기세요" 등 문구의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충북 옥천군도 37번 국도변 8㎞ 구간의 '구읍 벚꽃길'에서 '드라이브 스루' 감상을 당부하고 있다. 옥천군은 개최 예정이었던 봄꽃 축제를 취소했지만, 그럼에도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적지 않을 것을 우려해 이 같은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벚꽃이 만개한 충북 충주 충주댐 벚꽃길에서 충주시 소속 공무원들이 상춘객들을 상대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거리두기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경북 경주시 역시 시내 곳곳의 벚꽃 명소에서 관광객들에게 '차에서 내리지 말 것'을 당부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서울에서는 꽃구경 인파를 막기 위해 지역 곳곳의 벚꽃 명소를 폐쇄했다. 이달 2일부터 '양재천(서초∼강남구간)' 구간을 주말 동안 폐쇄하며, 오는 4일·5일·11일도 여의도한강공원 주차장을 24시간 닫는다. 송파구도 오는 12일까지 석촌호수 문을 닫는다.

이처럼 지자체마다 봄꽃 명소를 폐쇄해도 몰려드는 인파는 적지 않다. 비교적 감염 위험을 차단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꽃구경이라도 도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차량이 몰리면서 극심한 교통 체증이 발생하기 일쑤고, 일부 관광객은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기도 해 '마냥 안심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구례 산수유 축제에 갔던 관광객 중 확진자가 나온 게 불과 보름 전쯤"이라며 "드라이브 스루 꽃구경은 그나마 낫다고 하지만,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좀 더 사회적 거리 두기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