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억은 모자라…" 정부, 해운업 지원확대 '만지작'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정부가 해운업계에 대한 긴급경영자금 지원 확대를 검토 중이다. 지원 대상 기업은 163곳인데 반해, 대출재원 900억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6일 관련 정부 부처와 금융권에 따르면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외항 해운선사 대상 긴급경영자금 대출 추이를 지켜보며 추가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출을 실행하는 일선 금융기관 창구에는 지원 확대에 대비해 달라는 지침을 내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해수부는 이달 3일 국내 외항 화물선사에 대한 긴급경영자금 대출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 추이와 업계 영향을 지켜본 결과 물동량과 매출 감소 등 피해가 현실화했다는 판단이다.

해양진흥공사가 금융기관에 900억원을 예치하면 대상 기업에 최장 2년 만기 경영자금을 빌려준다. 해양진흥공사는 예치금 이자를 포기하는 대신, 금융기관은 연 2%대로 금리를 낮춰준다.

1사당 대출 가능한 최대 금액은 50억원이다. 기업마다 지원대상 기업은 163곳으로 지원 대상에 비해 대출 재원이 턱없이 적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대출신청 첫날인 3일에만 320억원 수요가 몰려 지원 확대 목소리가 나왔다.

심사 과정에서 실제 대출금은 줄어들 수 있지만 정부와 업계 모두 유동성 위기에 몰린 해운업계를 지원하는데 이번 경영자금 대출이 부족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해수부 측은 설명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긴급경영자금 대출에 대한 해운업계 수요를 지켜보며 추가지원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긴급경영자금 대출액이 충분하지 않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고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수부와 해양진흥공사는 수협은행과 IBK기업은행 2곳으로 정했던 대출창구도 6곳으로 늘렸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부산은행, 우리은행 전 지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확대해 개별 기업의 주거래은행 위주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해양진흥공사의 자금 여력이 관건이다. 현행법상 정부는 직접 해운선사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는 탓에 해양진흥공사의 자금 보증을 재원으로 대출지원을 하고 있다.

외항 화물선사 긴급경영자금 외에도 한·중·일 여객선사, 항만하역사업 선사 등 대출지원금으로 600억원을 예치한 상황이다. 해수부는 업계의 대출 수요와 해양진흥공사의 보증여력을 고려해 지원확대 규모를 결정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