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주기'라더니…조국과의 재판 택한 정경심, 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저희 소송 전략이라서 더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변호를 맡은 김종근 변호사(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는 6일 '병합 신청을 끝내 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소송 전략'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법조계는 정 교수 측이 당초 주장과 달리 두 재판을 병합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구속 연장 확률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선택"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나란히 피고인석 서게 된 조국-정경심 부부
앞서 검찰은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재판에 넘기면서 정 교수를 공범으로 적시했다. 이미 자신의 개인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던 정 교수는 두 개의 재판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는 남편인 조 전 장관과 나란히 피고인석에 서야 한단 뜻이기도 했다.

정 교수 측은 반발했다. 정 교수 측은 "과연 부부를 한 법정에 세워 조사하는 게 맞는 것인지 생각해야 할 것 같다"며 "피고인의 효율성을 위한다는데 저희 생각에 망신 주기를 위한 것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가 기소 사건에서 정 교수 부분만 따로 분리해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기존 정 교수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김선희·임정엽·권성수)는 "조 전 장관 사건에서 정 교수 부분을 (분리해) 병합하길 희망하는 경우 4월3일까지 각 재판부에 병합 신청서를 내 달라"며 "만약 그때까지 제출하지 않을 경우 병합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 교수 측은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사실상 재판 두 개를 동시에 끌고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이로써 조국 부부가 함께 피고인석에 서는 모습도 볼 수 있게 됐다.

김 변호사는 이날 머니투데이에 "재판부가 옵션을 줬는데, 병합이라는 선택지를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게 맞다"면서 사실상 더이상 병합 신청을 하지 않겠단 의사를 밝혔다.

피할 수 없는 검찰의 '구속기한 연장 신청'
핵심은 역시 구속기한의 연장 여부다. 정 교수는 다음달 10일 구속기한이 만료된다. 형사소송법상 선고 전 구속기한이 만료된 피고인은 불구속 재판을 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구속 피고인이 또 다른 범죄 혐의로 추가 기소가 된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법원은 피고인의 구속기한을 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검찰은 "5월 전 법원에 정 교수에 대한 구속기한 연장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병합 여부에 따라 구속기한 연장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병합될 경우 정 교수 사건은 모두 기존 재판부인 형사합의25-2부가 맡게 돼 해당 재판부가 추가 구속 여부를 판단하지만, 병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추가 기소 혐의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는 같은 법원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가 판단하게 된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정 교수의 다른 혐의가 기존 사건에 병합되지 않았더라도, 별도 재판부가 다른 혐의에 대한 재판을 진행한다면 검찰은 해당 재판부에 정 교수의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구속 연장 확률 낮추기 위한 카드일 가능성 농후"
이에 대해 서초동 변호사들은 정 교수 측이 기존 재판부보다 새로운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보는 게 더 유리하겠단 결론을 내린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 재판을 맡은 형사합의 25-2부가 지난달 13일 보석 신청을 기각한 뒤로 정 교수 측에선 새로운 전략 세우기에 돌입했을 것이란 전망이다.

형사 전문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예현)는 "보석 신청을 기각했다는 것은 재판부에서 정 교수 구속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이 경우 검찰이 해당 재판부에 구속기한 연장을 신청한다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혐의가 나뉘져 기소된 경우 병합을 하는 것이 형량 등 모든 부분에 있어 유리한데, 이를 포기했다는 것은 최소한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있어선 새 재판부 판단을 받는 게 훨씬 더 낫겠단 결론을 내렸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 역시 "정 교수 측이 새 재판부의 판단을 받겠단 취지로 병합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면서 "구속 문제뿐만 아니라 유무죄 판단이나 양형 측면에서도 새 재판부가 더 유리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