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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항공업, 보급에서 지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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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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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급과의 싸움
전투에선 져도 되지만, 보급에선 지면 안된다는 말이 있다. 전투는 한번 지더라도 만회할 기회가 있다. 하지만 보급이 끊긴 부대는 곧 '전멸'이다. 전투 능력 자체를 상실한다. 이 때문에 현대전은 '적'이 아닌 '보급'과의 싸움이라는 얘기도 있다.

전쟁사에 일가견이 있는 역사학자 임용한은 저서 '세상의 모든 전략은 전쟁에서 탄생했다'에서 연합군의 2차 세계대전 승리를 보급의 승리라고 단언한다. 당시 일본군은 소와 양을 몰고 다니며 식량 보급에 허둥거릴 때, 영국군과 미군은 통조림을 먹으며 싸웠다. 통조림이 2차 세계대전의 '일등공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실 통조림은 프랑스 나폴레옹의 빠른 기동전에서 시작했다. 당시 프랑스 병사들은 기동력을 높이기 위해 텐트도 갖고 다니지 않았다. 군장 무게가 가벼워야 빨리 행군한다. 그래도 프랑스 병사들은 냄비는 꼭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빵과 고기, 야채, 곡류가 워낙 딱딱해 국이나 스튜로 끓여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텐트는 없더라도, 냄비가 없으면 끼니를 해결할 수 없다. 보급의 실패는 전멸이다.

2. 아페르의 병조림
1804년 나폴레옹은 급기야 음식물 장기 보관하는 방법을 제안하는 사람에게 지금 돈으로 1억원을 주겠다고 공모했다. 파리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던 니콜라 아페르는 1809년 나폴레옹에게 고기와 채소로 조리한 음식을 3주씩이나 보관하는 기막힌 음식 보관법을 제안했다. 병조림이었다.

아페르는 유리병에 고기와 채소를 넣고 코르크 마개로 밀봉한 뒤 병째 가열했다. 나폴레옹은 이 병조림 속 음식이 3주가 지나도 여전히 신선하다는데 탄복해 아페르에게 상금을 줬다.

하지만 병조림은 나폴레옹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진 못했다. 일단 유리병이어서 잘 깨졌다. 무게도 만만치 않아 프랑스 병사들이 갖고 다니기에 여전히 무거웠다.

아페르는 그래도 파리에 병조림 공장을 짓고 계속해서 병조림을 연구했다. 하지만 1814년 파리전투에서 파리로 쳐들어온 적군 러시아 병사들에 의해 아페르의 공장은 모두 불탔다. 이 공장에는 이후 보급이 끊겼다.

3. 영국이 가로챈 통조림
병조림을 다시 기사회생시킨 것은 프랑스의 숙적, 영국이었다. 영국의 기술자 피터 듀란드는 병조림의 유리병을 양철통으로 바꿨다. 무거운 유리병 대신 날씬한 철판을 썼다. 이것이 바로 현대식 통조림의 원조다. 이 통조림은 양철통이라는 뜻에서 '틴 캐니스터(Tin Canister)'로 불렀고, 여기서 '캔'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통조림의 개발은 현대전의 모습을 완전히 뒤바꿨다. 통조림은 식량이 아무리 적은 오지에서도 병사들이 보급을 받으며 얼마든지 싸울 수 있게 했다. 보급의 중요성이야말로 영국이 병조림을 통조림으로 혁신시키며 위대한 발명을 만든 배경이다.

4. 항공사와 보급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우리 항공사들은 지금 보급이 끊긴 상태다.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많이 보유한 보잉 737-800기 1대당 연간 운영원가는 270억원. 이중 유류비가 100억원, 정비비 33억원, 임대비 32억원, 인건비 27억원, 공항사용료와 기내식비, 보험료 같은 기타 비용이 77억원 정도다.

지금 LCC들은 270억원은 커녕 항공기 당 매출이 제로에 가깝다. 만약 이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면 보급이 끊긴 우리 항공사들은 전멸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글로벌 LCC 시장은 국내외 항공사들의 치열한 전쟁터다. 이미 미국과 독일, 중국 등은 자국 항공사들을 살리기 위해 특단의 자금 지원을 쏟아내고 있다. 보급이 끊기지 않고 살아 남아야 나중에 고객을 다시 유치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아직 뜨뜻미지근한 대응책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금융권이 항공업 같은 국가 기간산업을 바라보는 논리는 "부채비율이 1000%를 넘고, 담보도 없는데 어떻게 대출을 해주느냐"는 것이다. 돈을 떼이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은행권의 이런 입장은 코로나19가 촉발한 비상상황에서 지나치게 한가해 보인다. 부대가 전멸하고 나면 전투고 뭐고 없다. 아페르의 공장이 불타 사라진 뒤에는 백약이 무효다. 그후 과실은 영국의 피터 듀란드가 따먹은 것처럼 고스란히 외국 항공사 몫이 될 것이다. 보급이 끊기면 부대는 전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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