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3월 사상 최대 수출의 진실은…화장발?

3월 화장품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화장품 업계조차 깜짝 놀랐다. 코로나19(COVID-19)로 내수·수출 경기가 얼어붙은 가운데 기록한 실적이어서 화장품 업계를 비롯해 관련 정부부처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올해 3월 수출통계에 따르면 화장품의 3월 수출 규모는 7억73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0.7% 늘었다. 2월(5억2600만 달러) 대비로는 47% 증가했다. 화장품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로 9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수출이 부진했을 거란 통념을 뛰어넘는 결과에 화장품 업계조차 "믿을 수 없는 수치"라는 반응이다.


◇1,2월 통관분 3월로 이연…사상 최대 수출은 "착시"=아모레퍼시픽 (142,800원 ▼3,700 -2.53%) 등 국내 주요 화장품 대기업은 "수출이 크게 늘어난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에서 오프라인 매장 판매가 둔화된 가운데 온라인 화장품 수출은 일부 늘었지만 수출 총합은 크게 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화장품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원인을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 1,2월 중국 코로나19 확산으로 선적 지연된 물량이 3월에 한꺼번에 통관되면서 발생한 착시현상이라는 것과 손소독제·손세정제 등 세안용품의 수출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화장품 수출에 이들 물량이 일부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김학길 에스앤케이합동관세사무소 대표 관세사는 "매년 1~2월은 통상적으로 물류가 가장 저조한 시기로 3월에 크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는 중국과 한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며 1,2월 물류가 평년보다 훨씬 저조했다"며 "보류된 주문과 선적 지연 물량이 3월에 한꺼번에 수출이 이뤄지면서 3월에 유독 수출 물량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한국 화장품 기업들은 중국 수출 물량 선적 지연은 물론, 현재 물류(택배) 중단으로 물량이 묶인 경우도 많았고 중국 바이어의 신규 주문도 중단됐다. 항공편 운항이 급감으로 수출이 지연됐는데 3월 들어 중국이 공장 가동을 재개하면서 지연 물량이 한꺼번에 통관돼 '화장품 사상 최대 수출'이라는 기록을 만들어낸 것이다.

특히 3월 화장품 품목별 수출은 세안용품이 전년비 89% 급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손 소독제·세정제 수출이 크게 는 것이다. 손 소독제는 원래 위생용품으로 수출 코드(HS코드)가 화장품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코드를 달리해 화장품으로 신고해 수출한 곳도 많았다. 3월 손소독제 수출액은 569만 달러로 전년비 604.1% 늘었는데 이와 별도로 화장품으로 신고돼 수출된 규모도 상당했다.

◇3월 수출 착시에도…K뷰티 전망 '맑음'=3월에 중국 물류가 상당 부분 정상화됐지만 중소 화장품 업체들은 여전히 수출 및 통관, 운송, 바이어 미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은 물류 정상화가 상당 부분 이뤄졌으나 미국·유럽은 항공 운항편 자체가 급감했고 운임이 엄청나게 인상됐다.

정연광 화장품중소기업수출협회 간사는 "화장품은 대부분 항공편으로 수출하는데 항공편이 급감해 여전히 배송이 원활하지 않다"며 "선적 지연 물량이 한꺼번에 나가며 3월 수출이 급증했지만 코로나19 영향이 계속되고 있어, 4월 수치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업계에서는 3월 수출 착시가 있긴 하지만 코로나19 충격에도 K-뷰티 수출은 전반적으로 견조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1월 4억6300만 달러, 2월 5억2600만 달러, 3월 7억73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1월은 전년비 0.6%, 2월도 13.3% 늘어난 금액이었다. 중국 소비심리가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중국인의 '보복적 소비'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3월(1일~25일) 지역별 화장품 수출은 중국이 63% 증가했고 아시아 30.4%, 일본이 98%, 미국이 23% 증가했다. 중국의 수출 증가율이 크긴 했지만 일본이 98%나 늘어난 점도 매우 고무적이란 평가다. 에이블씨엔씨 (6,530원 ▼140 -2.10%) 등 K-뷰티 기업들이 일본에서 좋은 성과를 낸 영향이 숫자로 나타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