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인 추방하니 한국인 "구속" 경고…양국 '상호주의' 격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펜데믹(Pandemic)을 선언한 12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자국민의 '추방'과 '구속'을 놓고 한국과 대만 정부가 신경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한국 정부가 자가격리 비용 부담을 거부한 대만인을 추방한 지 하루 만에 대만에서도 자가격리 지침 위반과 벌금 납부를 거부한 한국인 부부를 구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고조되면서 국가 간 '상호주의' 대응도 격화되고 있다.

7일 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코로나19 격리 규정을 어겨 벌금을 부과받자 이를 내지 않고 출국하려던 한국인 부부에 대해 구속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대만 정부는 벌금을 내지 않으면 출국할 수 없으며 타협도 없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한국인 부부는 의사소통 착오로 규정을 위반한 것인 만큼 거액의 벌금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하루 못 참아서' 605만원 벌금 한국인 부부이 부부는 지난 2월 25일 가오슝 공항을 통해 대만에 입국했으며, 보건당국으로부터 14일간 격리를 지시받았다. 이에 3월 11일까지 자가격리가 필요했지만, 이들은 하루 전인 10일 숙소를 이탈해 관광하다 적발돼 1인당 15만 대만달러(약 605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14일에서 도착일을 제외하는' 현지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이 부부의 해명이다.

가오슝시 위생국 공무원이 이달 1일 벌금 집행을 위해 호텔을 방문했지만, 부부는 이미 호텔을 떠난 상태였다. 대만 당국은 이들이 벌금을 내지 않으려 도망친 것으로 보고 출국을 금지했고, 부부는 공항에서 붙잡혔다.

부부는 "5만 대만달러를 가져왔는데 다 썼고, 신용카드도 없어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돌아가려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만 당국은 벌금을 내지 않으면 출국 금지는 물론 구속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대만인 '추방' 하루 뒤 한국 부부 "구속할수도" 경고

(서울=뉴스1) = 법무부는 입국 후 시설격리과정에서 비용부담에 동의하지 않으며 입소를 거부한 대만 여성 1명에 대해 출국조치 했다고 6일 전했다. 이는 입국 후 격리시설 입소거부에 따른 추방으로는 최초의 사례다. 또한, 지난 4일 전북 군산 이탈 베트남 유학생 3명을 전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 군산출장소로 소환해 위반사실 조사를 진행했다. 사진은 유학생 조사 모습. (법무부 제공) 2020.4.6/뉴스1

공교롭게도 한국인 부부에 대한 '구속' 경고가 나온 것은 한국에 온 대만인이 추방된 이틀 후의 일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대만인 여성은 지난 2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입국 당시 시설 격리와 비용 부담에 동의했고, 다음날 배정된 격리시설에 도착했지만 돌연 비용 납부를 거부했다.


이에 이 대만인은 5일 0시 30분 청주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인계됐으며, 법무부의 추방 결정을 거쳐 5일 오후 7시 45분 대만행 비행기를 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각국의 입국차단 조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만큼, 각국의 상호주의 방식 대응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은 국민 안전 차원에서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우리 정부 역시 이날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나라에 대해 사증 면제와 무사증 입국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번 조치에 대해 "개방성의 근간은 유지하되,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제한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한국, 입국제한 신중했지만…'해외유입' 감염 증가에 '상호주의' 꺼냈다그간 정부는 '입국을 막기보다는 흐름을 통제한다'는 원칙에 따라 입국제한 조치에 신중했다. 특히 코로나 19 사태 초기 중국발 입국금지 여론이 높았을 때도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 지역을 제외한 중국발 입국을 막지 않았다. 상호주의가 언급된 건 지난달 일본이 한국인 대상 무비자 입국을 중단했을 때뿐이었다.

코로나19 감염 추세가 국내 비중은 줄어든 반면 오히려 해외유입이 많아지면서 정부도 입장을 선회했다. 유럽, 미국에 이어 세계 전 지역을 대상으로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한 조치에도 여전히 해외유입 우려가 커지면서, 국경의 빗장을 걸기 위한 명분으로 상호주의 카드를 다시 꺼냈다는 평가다.

대만 여성의 경우 무사히 귀국했지만, 우리 국민인 한국인 부부의 귀환은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의 도움을 받아 북부 한국 교회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으며, 최대한 빨리 귀국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속위기 한국인 부부 "한국에서 돈 가져와 벌금 내겠다"…현지보도 "중국계"

/사진=유튜브 中天新聞 CH52

대만에서 구속 위기에 놓인 한국인 부부가 '중국계' 한국인이란 현지 보도가 나왔다. 대만 중천신문(中天新聞)은 이달 4일 유튜브 자사 채널 이 부부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하며 '한적화예부부(韩籍华裔夫妻)'라는 자막을 달았다. 한적(韩籍)은 '한국 국적', 화예(华裔)은 '외국에서 태어나 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한 화교의 자녀'를 뜻한다.

중천신문 인터뷰 영상에서 부부는 "자가격리가 14일인지 15일인지 (가오슝) 위생국이 우리에게 정확하게 말해줘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우선 우리를 한국으로 돌아가게 해주길 바란다"며 "한국에서 돈을 가져와 벌금을 내겠다"고 말했다.